대한극장 36

영화 엘리노의 비밀 - 독서는 가장 저렴하게 선인의 지혜를 빌리는 방법

언제 한글을 깨우쳤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때는 학교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익히는 게 나랏말이라고들 생각했기에 어린 아이들이 한글을 읽지 못한다고 해서 닦달을 하거나 하지도 못했다. 그런 이유로 1학년 반에서는 늘 낭랑하게 국어책 읽는 소리가 들렸고 아이들은 남들 ..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 본능적 남근주의에 쥐덫을 놓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은 개막작도 아니고 그랑프리 수상작도 아닌 바로 레드카펫의 히로인 오인혜가 나왔다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이었다. 다소 긴 제목 때문에 확실하게 각인되지 못해서 배우 이름을 검색해서 영화 제목을 얻어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이런..

영화 비기닝 - 무엇이 그의 노마디즘을 멈추게 했나

그 남자의 죄목은 경제 사범이다. 있을 법한 장소에 나타나 기업체 직원임을 사칭하고 물품과 대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그의 행각이 영화 서두에 나열되었다. 혼자서 움직이는데도 마치 제 옷을 입듯 정황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 이윽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을 하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그 남자의 일상..

영화 언피니시드 - 치욕적 역사의 현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영화 언피니시드는 제목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거의 다 드러났다. 분명 매조지된 것처럼 보이는 세월의 앙금이 사라지지 않고 잠재해 있다가 최후까지 되살아나 발악을 하는 지독한 바이러스처럼 “그들”을 괴롭혔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조금 이해해야 했다. 독일 나치군에 의한 유태..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 소중한 것은 잘 보이지 않는 법이라네요

세상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혈육인 할머니 마저 돌아가시고 여동생과 둘만 남겨진 아이, 喪中에 어른들이 묻는다. “죽는 게 두렵지 않니?” “삶과 죽음은 한 자락인데 무섭지 않아요.” 제법 어른스럽다. 한마디로 철이 들었다. 실명 위기의 여동생에겐 우연히 알게된 울산 장생포 바다의 고래를 보..

영화 도가니 - 잿빛 안개 도시의 비가(悲歌)

영화 도가니는 동명의 공지영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녀의 소설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미 소설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그 필치에서 뿜어져 나왔던 독하고 센 이야기를 영상으로 어떻게 구현가능할지 궁금해질 듯 싶다. 그 이유는 내용 자체가 아름다운 인생스토리가..

영화 타이페이 카페스토리 - 달달한 티라미수같은 자매 이야기(강추)

대만의 타이페이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는 중국 대륙과는 좀 다른, 일본문화의 영향도 많이 받았고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로 끙끙거리지는 않을 정도의 경제력, 중국의 득세로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국가 이미지, 그리고 한국인에..

영화 정무문 100대 1의 전설 - 변치 않는 무술솜씨 애국심으로 승화하다

최근 한국에 소개되는 중국영화에 견자단이 없으면 이야기가 안될 정도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성룡, 이연걸에 이은 무술 스타인 견자단이 보여주는 액션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장르도 불문이다. 특히 20세기 초반 격변기시절을 표현하는데 그만한 인물도 없어 보인다. 열강의 다툼속에 ..

영화 혈투 - 당쟁의 회오리속에서 스러져 간 민초들

원해서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군인이라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곳이 전쟁터다. 자신과 똑같은 목숨붙이를 날카로운 창과 무기로 살상을 하고 제 목숨부지하기도 쉽지 않은 그곳. 그래서 고래로 전장에 내보낼 때는 소위 명분이라는 게 있었다. 대표적인인 것이 조국을 ..

영화 센티미엔토 - 여류킬러, 정신줄을 놓다

영화 센티미엔토는 제목과 달리 일본 동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시각적인 자극을 선사했다. 여성의 나신위에 올려진 스시, 유럽계로 보이는 양복 남자들은 뭐가 좋은 지 낄낄거리며 한 점 한 점 목구멍으로 넘긴다. 그리고 그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일본 남성은 못내 못마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