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 소중한 것은 잘 보이지 않는 법이라네요

효준선생 2011. 9. 16. 00:14

 

 

 

 

 

세상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혈육인 할머니 마저 돌아가시고 여동생과 둘만 남겨진 아이, 喪中에 어른들이 묻는다. “죽는 게 두렵지 않니?” “삶과 죽음은 한 자락인데 무섭지 않아요.”

제법 어른스럽다. 한마디로 철이 들었다. 실명 위기의 여동생에겐 우연히 알게된 울산 장생포 바다의 고래를 보러 가는게 소원이다. 선물로 받은 낡은 중고 자전거에 동생을 태우고 무작정 장생포로 떠나는 남매,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의 주요 시놉시스다.


우린 자라면서 너무 많은 피조물을 알게 된다. 어린시절 그림책을 통해 본 바다속 생물들, 멸종위기의 동식물들, 북극과 남극의 생활등, 평생 단 한번도 보지 못할 가능성이 99% 정도 될 그런 것들을 마치 늘 보고 사는 것처럼 여긴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영상매체의 도움으로 늘 우리 일상 근처에 있는 것 같지만 이 영화 속 중요 오브제인 고래조차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아주 오랫동안 바다도 보지 못하며 사는 경우도 많다.


이 남매에게 고래는 어떤 메타포일까 지구상에서 가장 큰 포유류, 코끼보다 서른배나 크다고 그림책에서 알려주었지만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게다가 장생포 바다에 간다고 눈앞에 고래가 왔다갔다 할 가능성도 없다. 고래는 잡을 수 없는 국제적 보호종이다. 그런데 어떤이는 고래를 죽이고 고래고기를 해체하는 정형사로 일한다. 고래가 없으면 그의 직업도 없다. 이들 남매에게 그림자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물이 바로 남자다. 사연은 가득해 보였고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사를 알려주지만 영화 전체가 만들어 내는 심각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영화는 로드무비다. 전라도 어느 땅에서 출발해 동해안 끝자락에 있는 울산 장생포에 이르기까지 몇몇 인물 군상을 만난다. 개중에는 남매에게 인생의 멘토로, 개중에는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인물도 있다. 사람이 70살 정도 산다며 이 영화는 바로 이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을 압축해서 펼쳐놓고 있는 셈이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와있는가 아니 인생의 목적점은 과연 있기나 하는 걸까


자전거 주인이 장생포 초등학교 학생이라는 사실만으로 시작한 이 여정의 끝은 생각과 달리 슬프다. 그러나 그게 비참함만은 아니다. 오빠가 지켜주려고 했던 동생에게 또 하나의 귀중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세상을 보는 눈, 아니 세상을 읽는 눈, 오고 가고 떠나는 인생살이의 축약판은 이 영화의 최종 지향점이 되었다.


에피소드가 비록 강렬하지는 않아도 군데군데 드러나는 휴머니즘과 배경쯤으로 보이는 따뜻한 색감들,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음악도 괜찮아 보였다. 특히 남매로 등장하는 아역배우 박지빈의 폭풍성장과 천역덕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이슬기가 특히 눈에 띤다.

 

 

 

 

 

 

 

 


고래를 찾는 자전거 (2011)

9.8
감독
김영로
출연
이문식, 박지빈, 이슬기, 김여진, 이채영
정보
드라마 | 한국 | 100 분 | 201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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