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55

[서평]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소설은 주인공 '희원'이 같은 여성으로서 대학강사 '그녀'를 만나는 과정에서 여성성이 터지는 장면을 삽입했다. 더 이상은 공유할 것이 없을 것 같은 정신적인 유대감, 그렇게 조금 가까워지는 듯한 두 사람의 관계는 수업 시간에 희원이 써 낸 에세이로 증폭한다. 희원이 다룬 내용은 그 해 용산에서 벌어진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자행된 폭력으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른바 용산 참사고, 그걸 지극히 개인의 시선에서 언급한다. 하지만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은 제각각의 의견을 제시한다.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어떤 이는 마치 자신의 의견이 정설이라는 듯 비꼬기까지 한다. 그 상황을 제어하고 희원 쪽으로 물꼬를 터준 것이 바로 강사 '그녀'다. ​ 수업 시간을 통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만들..

낭만 레트로 일본 애니여행 - [리뷰] 어린 시절 우리를 달뜨게 했던 만화

해외 여행을 무작정 떠나는 것도 좋지만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닌 이상 테마를 정해 가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라면 느낄 수 없는 것을 보는 걸 주제로 했다면 그 이상 현지적인 것도 없을 테니 기대감은 배가 될 것이다. 작가 윤정수의 낭만 레트로 일본 애니여행은 일본 만화..

서평 물건버리기 연습 - 딱 100가지만 남길 수 있을까

1993년 성철 스님이 열반에 들었을 때 그의 타계소식보다 더 큰 관심이 갔던 건 남겨놓은 물건들이었다. 검정 고무신 한 켤레, 누더기 같은 법복, 그리고 책과 메모지 뿐이었다고 했다. 이럴 수가 있을까. 제 아무리 공수래공수거라지만 큰 스님으로 추앙받던 인물이 물욕이라고는 찾아 볼 ..

서평 고양 원더스 이야기 -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프로야구 원년팬으로서 야구 시즌이 되면 여전히 흥분이 된다. 벌써 31년째가 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는 가열차게 진행 중이다. 그 사이엔 수많은 선수들이 들고 났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소위 대본없는 드라마는 얼마나 많은 흥분과 아쉬움을 맛보게 했을까 근래들어서는 직접 운..

서평 오키나와에서 일주일을 - 그 섬에 가고 싶다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누구는 가급적 많은 싸이트를 둘러볼 생각을 할 것이며 누구는 한 곳에 머물며 진득하니 그곳의 정취를 만끽하려 할 것이다. 예전에는 해외여행을 간다면 대부분은 전자의 방식을 취했지만 요즘엔 후자의 여행 방식에서 좀 더 높은 만족을 하는 것 같다. 이..

서평 해피해피 브레드 - 커피 한잔하고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삿포로는 북해도에 있는지라 그 이름 자체에서 좀 추운 느낌이 난다. 그런데 그곳의 여름은 여전히 추울까 사람들은 추우면 따뜻한 곳으로, 더운면 추운 곳으로 이동해 계절을 거스르며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한다. 삼라만상이 다 그럴진대 특히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은 “탈 것”을 만..

서평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 1: 중국 동티베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중국 기행서적이 붐을 이루던 때가 있었다. 마치 지금 가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사람들은 비행기와 배에 몸을 실었다. 단체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배낭여행객들도 많았다. 마침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무렵인지라 여러 개의 커뮤..

서평 사막에서 연어낚시 - 누군가의 꿈, 누군가의 현실

소설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유발한다. 연어는 청정 하천에서 자신이 태어난 곳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회귀어종이다. 그런데 그런 연어가 사막이 주는 폐쇄적인 이미지와 매치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어떻게 사막에서 연어를 낚을 수 있단 말인가? 은유적인 ..

서평 1평의 기적 - 100평이 부럽지 않은 장인의 정신

1951년 전후 도쿄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한 해 전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틈에 군수산업을 위주로 숨통이 틔였다고 하지만 일반 서민들 입장에선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 즈음 도쿄의 한 노점에서 양갱과 경단을 팔기 시작했다. 비록 시에서 빌린 작은 공간에 좌판을 벌인 형식..

서평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소설가 김별아가 백두대간에서 들려준 인생론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는 것은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이나 무심히 들춘 머릿속에서 흰머리를 발견할 때가 아니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다 안쓰럽고 애틋해 보이고 그들에게 한없이 미안해질 때다. (p118) 산은 경외롭다. 산 아래에서 사는 미물들에겐 산허리에 걸린 구름만 봐도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