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 본능적 남근주의에 쥐덫을 놓다

효준선생 2011. 12. 6. 00:11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은 개막작도 아니고 그랑프리 수상작도 아닌 바로 레드카펫의 히로인 오인혜가 나왔다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이었다. 다소 긴 제목 때문에 확실하게 각인되지 못해서 배우 이름을 검색해서 영화 제목을 얻어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이런 제목을 달았는지 알게 된다. 스토리를 통해서라기 보다 엔딩에서 보여주는 감독과 배우들의 미팅장면에서 제목의 연유가 밝혀진다.


이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80,90년대 통속멜로물을 적지 않게 찍었던 박철수 감독과 김태식 감독이 의기투합해 각각 중편 하나씩을 찍어 뭉쳐 놓은 옴니버스 영화다. 45분 가량의 중편을 가로지는 남자 배우를 하나 놓고 그 각각의 영화에서 상대 여배우와 연기를 펼친다. 그 여배우 중 하나가 바로 오인혜다.


먼저 보여주는 영화는 붉은 바캉스다. 엄연히 부인을 둔 태묵은 희래와 불륜관계에 이번에 해외로 바캉스를 가자고 약속을 한다. 하지만 부인 복순은 이 사실을 알고는 태묵을 무주 어느 펜션에 감금하고 들들 볶기 시작한다. 태묵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무주로 온 희래, 이렇게 세 명의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 한데 모이면서 펼쳐지는 블랙 코미디다. 이 영화는 불륜이라는 아주 뻔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법에 호소하거나 울고 짜는 신파는 확실히 배제했다. 오히려 미저리에서나 볼 법한 조강지처의 주먹이 더 살벌하며 그려진다.


간간히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유머적 요소도 있고, 신록이 푸르른 무주를 배경으로 방방 뛰어다니는 배우들을 보면서 이 무슨 퐝당 시츄에이션인가도 싶다. 그러나 이 영화는 부인을 두고 바람피우는 남자에 대한 편들기는 포기하고 남근우월주의를 학살시키는 수준에서 갈무리를 한다. 거세를 당한 남자가 봉합수술을 받지만 더 이상 구실을 못한다는 의사말에 꺼이꺼이 우는 장면에선 부인입장에선 어떤 기분이 들까 제대로 복수했다는 느낌일까 아니면 남편 구실 못하는 겉모양만 숫컷에 불과해졌다며 아쉬워할까 복순이 복수를 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엽기적인 장면과 덫에 걸려 싹둑 잘려나간 남근이 바닥에 구르는 모습은 충격적이면서도 괴기하다.


두 번째 영화인 검은 웨딩은 정극에 가까웠다. 80년대 통속멜로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지만 출연인물을 극단적으로 줄여 세 명의 남녀의 대화를 통해 사랑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많지 않은 대사와 몸짓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전공 교수임을 자처하지만 잘 나가는 것 같지 않고, 그런 교수가 뭐가 좋다고 몸 주고 마음주며 따라다니는 여제자에, 척보면 요상한 관계임이 보이는데도 결혼하겠다는 남자까지, 이들은 서로 알고도 속아 주는 관계인지, 차라리 둘이 잘 살아보라고 엉덩짝 뻥차주고 바이바이하는 게 속편할 것 같았다.


이 영화에서 오인혜는 레드 카펫때의 그녀와는 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진다. 훨씬 가냘퍼보이고 옷을 입지 않았을때의 비주얼은 매우 훌륭해 보였다. 그 점 때문에 홍보 포인트를 야시시한 드레스에 맞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암튼 플래시백을 동원해가며 신혼여행을 떠나야할 신부가 엉뚱하게 교수를 찾아와 悅樂을 찾아 헤매는 모습하며, 세 명이 한 곳에서 실없는 소리를 하는 모습등은 심리극이라고 하기엔 좀 거리가 있어 보였다.


두 번째 영화는 불륜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관계였지만 나중에 나타난 남자에게 양보를 강권하는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교수의 남근을 마구 절단하는 여자의 모습이 얼핏 보이면서 첫 번째 영화와 공통점을 찾아내 내볼 수 있었다.


알맹이없는 마초들에 대한 경각심의 발로에서 찍은 것 같지도 않고 바람피면 죽는다는 이브의 경고성 멘트가 주요한 테마인 것 같지도 않고, 뭔가 불안한 스스로의 입지를 카무플라주하려는 인간군상에게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범접할 수 없는 이성에게 페로몬을 마구 발산하며 끌어들이는 과정을 까발린 영화처럼 보였다. 이 영화는 비록 남성에게 악역을 던져주었지만 영화속 여성의 이미지라고 요조숙녀가 배신당한 그런 캐릭터는 결코 찾을 수 없었다. 조건만 맞는다면 남자건 여자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건 마찬가지인 셈이다.


많이 벗긴다고 야한 것 같지는 않다. 벗고 벗기는 장면을 줄이고 본격적인 심리스릴러로 갔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단발커트가 참 잘 어울리는 오인혜라는 배우와 누구 못지 않은 열연을 한 안지혜라는 배우가 이번 영화에서 약간은 과소비된 것으로 믿고 싶다.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2011)

Red Vacance Black Wedding 
6.1
감독
김태식, 박철수
출연
조선묵, 안지혜, 오인혜, 이진주
정보
드라마 | 한국 | 90 분 | 2011-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