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비기닝 - 무엇이 그의 노마디즘을 멈추게 했나

효준선생 2011. 10. 24. 00:06

 

 

 

 

그 남자의 죄목은 경제 사범이다. 있을 법한 장소에 나타나 기업체 직원임을 사칭하고 물품과 대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그의 행각이 영화 서두에 나열되었다. 혼자서 움직이는데도 마치 제 옷을 입듯 정황이 딱딱 맞아 떨어진다. 이윽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을 하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그 남자의 일상을 비추기 시작한다.


한탕을 해먹는 자들 치고 정주하는 법은 없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사법기관의 추격을 따돌리는데 익숙하기에 그들은 시대가 낳은 유목민인 셈이다. 그 남자도 마찬가지다. 잠자리나 제공받을 요량으로 길거리에서 본 어느 회사의 파견직원이라고 둘러대는데, 하필이면 그 회사, 그 마을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힌 바 있다. 작은 마을일수록 인프라건설에 희망을 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마을도 마찬가지다. 고속도로 하나 놓으면 마을이 경제적으로 잘 살수 있는데 실업자들도 일거리를 마련하고 시장이라는 사람도 위신을 세울 수 있는데 하는 마음으로 그 남자에게 들러 붙기 시작한다.


치고 빠지는 실력으로 밥벌어 먹고 사는 그 남자, 이번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런데 그 마을 사람들에게서 늘 사기치는 일에 익숙해 제대로 산 적없는 남자는 진심을 느끼기 시작한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가짜 회사 직원에게 공사를 속개하자고 부추킨다. 그 남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오랜만에 사랑도 느끼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직원도 만나게 되었다. 도대체 이 느낌은 무엇일까


아예 독자적으로 회사를 차리고 중단된 고속도로 공사는 다시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고 그 중심엔 그 남자가 버티고 서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떠돌이 사기꾼은 곧 밑천이 바닥난다. 그의 기술은 그때부터 발휘되지만 불안하다. 언젠가 터지고 말 것 같은 시한폭탄처럼 위태롭다.


영화 비기닝은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삶에 대한 진정성에 늘 속이는데 익숙한 삶을 살았던 한 남자의 변신을 그린 실화물이다. 프랑스 어느 마을을 배경으로 어디서 어디까지라고 정해지지도 않은 도로를 놓으며 벌어지는 일종의 해프닝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순박하달지, 어니면 어리숙하달지 그게 그 마을 사람들의 보편적 정서라면 이 남자 분명 거기에 매료된 셈이다. 은행 대출직원을 달래 수표책을 받아내고 납품업자들에게는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근근이 버텨낸다. 그런데 좀 이상한 생각이 든다. 그 마을과 아무 연고도 없는 그가 왜 도로공사의 완공에 그토록 목을 매는 것일까 마을 사람들에게 훈화가 되어서? 아니면 유목생활을 접고 정주를 하기 위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회개하는 마음에서?


그의 이런 무모한 시도가 들통나는 순간, 그는 자신이 만든 회사 로고가 박힌 깃발을 들고 모래언덕위로 올라간다. 우여곡절끝에 얼추 완공된 도로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한마디로 삶의 회한이 아니었을까


엔딩자막에 그는 결국 실형을 살았고 출옥후 아무도 그의 행적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만든 도로는 나중에 보수공사를 해서 완공을 했다고 하며 시방서에 적인 그대로 공사가 진척되었다고 알려주었다. 제목을 시작이라고 단 것을 보니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생각이 난다. 그 무지막지한 도로공사가 아닌 좀 더 효율적이고 사회효익적인 일에 그 좋은 머리를 썼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비기닝 (2011)

In the Beginning 
10
감독
자비에 지아놀리
출연
프랑수아 클뤼제, 엠마뉘엘 드보스, 제라르 디빠르디유, 브라이스 푸르니에, 로크 라이보비치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130 분 | 20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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