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타이페이 카페스토리 - 달달한 티라미수같은 자매 이야기(강추)

효준선생 2011. 6. 30. 01:56

 

 

 

대만의 타이페이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한국과 비슷한 분위기는 중국 대륙과는 좀 다른, 일본문화의 영향도 많이 받았고 최소한 먹고 사는 문제로 끙끙거리지는 않을 정도의 경제력, 중국의 득세로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국가 이미지, 그리고 한국인에게는 한동안 잊혀진 존재등등


작지만 아기자기한 생활상이 투영된 영화는 기분을 좋게 한다.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다 때려부수는 내용이나 폭력과 선정적인 것들이 난무할리 없기에 부담없이 볼 수 있어 좋다. 영화 타이페이 카페스토리는 대만이 주는 이미지와 포스터에서 영화 스토리 대부분을 캐치할 수 있을 정도로 예견이 가능한 영화였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본 최고의 대만영화로 손꼽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주걸륜과 호흡을 맞추며 그 신비로우면서도 청초한 미소로 남성 영화팬의 혼을 쏙 빼놓은 계륜미를 아주 오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나중에 카페나 하나 차려야 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살 정도 카페주인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물론 장사가 잘되어야 하지만 영화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얼과 창얼 자매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디저트를 직접 만들고 에스프레소 커피를 파는 카페 여주인이라니, 멋지다. 스크린에서 달콤한 향기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어느날 이 자매에게 신통방통한 아이디어가 아주 우연히 떠오른다. 바로 카페를 매개체로 물물교환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는 없지만 다른 물건이나 혹은 가지고 있는 재주와 맞바꿀 수 있는 그런 카페, 나중엔 관광코스가 되는 우스꽝스런 장면도 연출되지만 이들 자매는 어린 시절부터 편모 슬하에서 자라났다는 것을 묘사하며 정서적으로 위축되어 간다. 하루는 35개의 비누를 물물교환하려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 남자는 각각의 비누에 세계 도시의 이야기를 담아 두얼자매에게 들려준다.


이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36번째 이야기다. 즉, 서른 다섯 개의 이야기가 다 끝나면 그 다음이야기는 두얼이 들려주어야한다는 설정이다. 그녀가 들려줄 이야기는 영화에 실리지 않았지만 듣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을 듯 싶었다.


영화에는 그녀들의 엄마가 독특한 대화체가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이 3번 반복되고 영화속에서 문제가 되는 세 가지 이야기를 거리의 인터뷰이가 들려주는 장면도 삽입된다. 카라꽃과 수리비중에서 선택한다면? 공부와 세계일주여행중 하나를 고르라면? 마지막으로 인생의 최고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사람들은 각각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의 가장 큰 덕목은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다. 세상 사람들은 각기 자기 이야기를 갖고 있고 타인과 교환하며 산다.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맞교환으로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요일별로 다른 디저트들(월요일엔 치즈케익, 화요일엔 티라미수, 수요일엔 브라우니...)와 커피 내리는 모습이 정말 달콤해 보였다.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재즈풍의 음악도 귀를 간지럽힌다. 오랜만에 부담없이 나온 데이트 무비가 아닐까 싶다. 여성관객의 입맛에는 최고의 선택, 물론 계륜미와 임진희등을 좋아하는 남성팬에게도 목넘김 좋은 와인같은 영화이기도 하다.  


엔딩에서 주인공의 배역이름을 찾아보다가 이 영화의 제작을 대만 영화계의 임권택으로 추앙받는 후효현이 맡았다니 놀랍다. 늘 묵직한 한방으로 영화를 만드는 줄로 알았던 그가 이런 소녀감성의 여성영화를 감제하다니, 암튼 이것 저것 들여다 볼 만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