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엘리노의 비밀 - 독서는 가장 저렴하게 선인의 지혜를 빌리는 방법

효준선생 2012. 1. 22. 03:28

 

 

 

 

 

 

언제 한글을 깨우쳤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때는 학교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익히는 게 나랏말이라고들 생각했기에 어린 아이들이 한글을 읽지 못한다고 해서 닦달을 하거나 하지도 못했다. 그런 이유로 1학년 반에서는 늘 낭랑하게 국어책 읽는 소리가 들렸고 아이들은 남들 다하는 공부를 그렇게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은 한글보다 영어를 더 먼저 배우는데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인다고 하니, 언어를 배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어린 학생이 있는 집에 가보면 대략 위인전 전집에, 백과사전에, 어린이 명작동화 전집들로 책꽂이가 빽빽하다. 하지만 그 책들을 다 소화한 아이는 몇이나 될까 그저 몇 년간 책꽂이 장식물처럼 진열되어 있다가 머리통이 커지면 내다 버리든가 더 어린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았나. 혹여 몇 권을 들춰보았다고 해도 그 내용이 머릿속에 남지도 않는다. 특히 요즘엔 학교 수업과 관련없는 책을 보는 건 시간낭비라고 여기는 부모들 탓에 아이들은 명작동화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산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류의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게 후회가 될 때가 많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아이들 책을 끄집어 내서 들춰볼 수는 있지만 어딘가 어색하다. 그림이 잔뜩 들어간 그런 책에서 꿈과 희망을 찾아내기가 남사스러울 정도가 되었으니 나이탓으로 돌리고 슬쩍 책을 덮는 편이 낫다.


영화 엘리노의 비밀은 남자 주인공 나다니엘의 글 깨우치기를 모티프로 삼아 약간은 그로테스크하게 약간은 계몽적으로 만든 프랑스 애니메이션이다. 삽화를 이어 붙인 그림체가 미국이나 일본 만화와는 질감에서 차이가 많이 나지만 교육적인 효과로는 상당히 우수하다.


특히 아이들이 즐겨, 혹은 진력을 냈을 법한 수만가지 동화속 주인공들이 현실로 튀어나와 나다니엘과 교류하는 모습은 무척 새롭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캐릭터들이라 반갑기도 하다. 백설공주, 정글북, 피노키오, 후크선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토끼, 빨간 모자등등과 그 작품속 주조연들이 총출동해 자신에게 걸려있는 주문을 푸는 방법을 나다니엘로 하여금 익히게 한다는 내용이다.


동화를 믿는 다면 상상은 현실이 될 것이다라는 주제로 나다니엘은 글자를 깨치고 수많은 동화속 캐릭터들은 사라지고 않고 존재할 수 있을까. 나다니엘의 할머니인 엘리노가 손주에게 하고픈 말은 무엇이었을까 아주 어려 글을 몰랐던 손주에게 밤마다 들려준 동화를, 할머니가 돌아가신뒤 나다니엘은 스스로 책을 보면서 익혀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하나 있는 누나는 글자도 모르는 멍충이라고 놀려대고 자신의 입만 바라보는 동화속 주인공과 정해진 시간사이에서 영화는 급박하게 돌아간다. 재미있는 장면들은 자신들이 등장하는 최초의 판본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갈까봐 동화책에 등장하는 삽화의 내용을 엉망으로 바꾸고 심지어 삽화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 아이는 생리적으로 크게 되어있다. 학교에서 뭔가를 배울테고 그걸 성장이라고 이름 붙인다. 하지만 때때로 접하며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야 하는 수많은 동화책들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인성과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되어 준다. 결코 심심해서 보는 유희가 아닐 것이다.


우리 때는 길거리를 지나다가 만나는 간판을 읽는 것으로 한글을 깨우쳤다. 근데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사설학원에서 그것도 아니면 인터넷을 접하며 한글, 아니 남의 나라 언어를 배운다고 한다. 동화책 속에 나오는 선과 악의 구분,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자신의 미래를 한번쯤 상상해볼 수 있는 예지력은 공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늘 곁에 두고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동화책에서 나온다. 어른들만 그걸 모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 더 먹히는지도 모르겠다.

 

 

 

 

 

 

 


엘리노의 비밀 (2012)

Eleanor's Secret 
10
감독
도미니크 몽페리
출연
이은샘, 안영미, 현경수, 김현심, 정성훈
정보
애니메이션 | 프랑스 | 80 분 | 201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