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언피니시드 - 치욕적 역사의 현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효준선생 2011. 9. 23. 00:27

 

 

 

영화 언피니시드는 제목에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거의 다 드러났다. 분명 매조지된 것처럼 보이는 세월의 앙금이 사라지지 않고 잠재해 있다가 최후까지 되살아나 발악을 하는 지독한 바이러스처럼 “그들”을 괴롭혔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조금 이해해야 했다. 독일 나치군에 의한 유태인의 대학살, 그 만행은 일본 제국주의의 그것과 竝置되어 쓰라린 상처처럼 느껴졌다. 아직도 화해와 용서라는 단어에 매달려 서로에게 무딘 칼날을 들이미는 것으로 분풀이도 채 못한 우리, 용서할 마음도 없는 그들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의 눈을 파내어 바뀌어 껴보고 제멋대로 피부를 이식하다 사망에 이르게 하고 사람 목숨을 파리목숨에 비견하는 짓을 서슴치 않고도 그들은 그걸 의료행위라 했다. 전후 유독 일본과 독일의 의학과 약업이 발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엔 수많은 유태인과 한국인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 언피니시드는 모종의 사건을 끝내려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간 작전, 최고 악질 독일의사를 체포해 전범 법정에 세워 세상에 그들의 만행을 고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남은 건 실패와 정의를 가장한 사실의 은폐.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물증도 없이 그들의 고백을 금과옥조로 삼아 가짜 영웅으로 만들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살날 보다 보낸 날이 많은 노인들, 그들 사이엔 여전히 살의가 남아있고 그로인해 추악한 결말은 세상 누구도 모른 채 시간속으로 사라졌다. 3명의 유태인이 주인공이자 요원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인질로 잡힌 독일 의사, 좁은 집안에서 그들간의 숨막히고 밀도높은 밀고 당김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특히 여주인공 레이첼과 데이빗이 독일의사의 날렵한 프로파간다(선전선동)에 말려드는 장면은 백미 중의 백미다.


이 영화 속에 보이는 유태인은 피해자다. 종전이 되었다고 그들에게 승리감을 안겨주지도 않았다. 독일의사가 도망을 친 뒤 그들은 사실에 대한 은폐를 결정한다. 그러나 그건 끝이 아닌 잠복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은 평생 그들을 괴롭혔으니 독일의사로 대변되는 침략과 압제의 후유증은 한 세대를 지나 두 세대를 거쳐야 끝날 정도에 이른다.


여전히 일제의 잔재가 남아 우리곁에 넘실거린다. 친일파 후손들은 갖은 수탈로 긁어모은 그들의 부끄러운 조상들의 재산을 환수하려는 뻔뻔한 짓을 한다. 스스로가 친일세력임을 자랑하는 정치인들도 버젓이 활개를 친다. 유태인에게 독일이 저지른 범죄는 어쩌면 영원히 끝을 내지 못할 숙제일 듯 싶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언피니시드 (2011)

The Debt 
10
감독
존 매든
출연
헬렌 밀렌, 샘 워싱턴, 제시카 차스테인, 톰 윌킨슨, 시아란 힌즈
정보
스릴러, 드라마 | 미국 | 113 분 | 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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