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투혼 - 살아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효준선생 2011. 9. 21. 00:23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듯, 8할 이상을 투수 한 사람이 경기를 좌우한다. 그렇기에 마운드에 올라 있는 투수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경기의 승패와 더불어 가장 큰 이슈가 된다. 오늘의 투수는 누구인가에 따라 상대팀의 전략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투수의 다승과 방어률등은 야구판에서 홈런왕, 타격왕 이상의 대접을 받는다.


야구는 매커니즘의 경기다. 혹자는 경기가 아니라 게임에 불과하다고도 말하지만 어찌보면 가장 과학적이고 공평한 게임이 또한 야구다. 제 아무리 못하는 선수도 9명의 타격 라인업에 들어갈 수 있고 타순에 따라서 제 역할을 해내는 데는 그 선수에 최적화된 작전을 쓰기도 한다. 예를 몸집이 작지만 방망이에 갖다 맞추는 재주가 뛰어나고 걸음이 빠른 선수는 4번이 아닌 1, 2번에 위치하고 특히 희생정신과 번트등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2번에 고정이 된다. 물론 덩치도 크고 한 방을 가진 대형 선수들이야 클린업 트리오라 불리는 3, 4, 5번에 들어가며 수비 부담이 큰 포수는 작전이 잘 안걸리며 타석에 설 기회가 적은 8번에 주로 배치된다. 투수의 경우 6,7회까지 꾸준하게 던져주는 선발과 지구력은 떨어지지만 특정 유형의 타자에 강한 선수는 셋업으로 또 강속구등 위닝샷을 가지고 있으며 배짱과 책임감이 강한 투수에게는 마무리를 맡긴다.


이렇게 투수와 타자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제 역할을 잘 해내는 팀이 성적도 좋고 거기에 따른 연봉도 많이 받을 수 있다. 야구 얘기를 길게 꺼내는 이유는 바로 영화 투혼때문이다. 본격적인 야구영화이긴 해도 경기의 승패에 집착하기보다 선수의 가족에게 포커스를 맞춰 한 남자의 사회생활과 가정사가 어떻게 조율되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마흔을 바라보는 베테랑 투수, 안하무인격이고 사생활면에서도 난봉꾼 기질에 가깝지만 그에게는 버릴 수 없는 가족이 있다. 코치급 선수이면서도 후배들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선수, 유부남이면서도 아내로부터 늘 업신여김과 접근불가 통고를 받는 처지의 남편, 그의 개과천선 과정을 그린 영화가 바로 투혼이다.


잘못했으니 용서를 바라는 과정이 아내의 투병과 함께 시작된다는 것이 상투적이지만 그렇다고 루즈하거나 칙칙하지 않다. 조연배우들의 유쾌한 입담과 실제 야구시합을 방불케 하는 역동적인 경기모습, 목표의식이 생긴 남자의 새로운 각오가 덧붙여지면서 끝까지 활기를 잃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과거 어느 야구 선수의 모습과 오버랩 되기도 하고 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투수 윤도훈의 실제 모델이 현역으로 뛰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이 영화의 주인공은 투수 한 사람의 몫만을 보여주지만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다면 그 게임은 비기는 것 이상을 해낼 수 없다. 노히트 노런을 목전에 두고 스스로 물러나는 투수와 가족의 사랑이 부재해서는 아무 것도 아닌 한 가장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서 "세상에 완벽한 선수와 완벽한 가장은 없다. 대신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몫을 살아갈 때 그 인생은 빛이 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비록 사랑했던 아내는 세상에 없지만 노장, 아니 베테랑 투수의 힘찬 재기의 와인드업은 이런 저런 일로 시름겨워 하는 많은 중년들에게 삶의 투혼이 되어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