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카운트 다운 - 내 인생의 마지막 열흘

효준선생 2011. 9. 22. 01:29

 

 

 

 

산다는 것은 죽는 그 순간을 향해 열심히 뜀박질하는 것과 같다. 매 순간 단거리 트랙에 출발을 기다리는 선수들처럼 잔뜩 몸을 웅크린 채 긴장하는 것처럼, 우린 타이머가 종료를 알리는 그 얼마 안되는 시간속에서 아웅다웅 버티며 살아간다. 10, 9, 8, 7...


영화 카운트 다운은 이런 삶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험한 삶의 마지막 章節을 장식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에게 내려진 암 선고, 그리고 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은 자신 보다 먼저간 다운증후군 아들의 심장을 받은 한 여자에게 간 이식을 받는 것. 그것도 10일 안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설정만 놓고 보면 대개의 사람들은 아마 포기했었을 것이다. 아무리 아들의 신체일부를 기증받았다고 어찌 다시 그에게 간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또 당사자를 찾고 동의서를 받고 수술을 하는데 열흘 안으로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수술을 한다손 다시 전처럼 살 수 있다는 보장도 없을 정도의 말기암이라면, 대개는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악랄한 채권 추심업자 태건호는 달랐다. 무대포 정신으로 거칠게 살아온 그에게 걸리적거릴 것은 없었다. 단지 그 여자,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켜줄 그 여자의 행보가 남다르다는 것 뿐이다.


외피는 액션 느와르처럼 보이지만 실제 한거풀만 벗겨내보면 그 안엔 자식사랑, 정확하게는 자식에게 부모 노릇 제대로 해주지 못한 한풀이가 담겨있었다. 영화 종반 태건호는 아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카세트가 따라 다닌다. 어눌한 발성의 아들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는 어쩌면 태건호가 세상과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순간을 감동으로 장식할 무기가 되었다. 지난 과오는 지금을 살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아날로그 카세트에 담겨 있고 지난 이야기들은 그를 괴롭힌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열일곱에 낳기만 하고 버려진 딸에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저 억 소리 나는 돈이나 입금시켜주는 것으로 엄마 노릇을 해보는 것뿐인 그녀에게 딸의 위기 순간을 함께 하는 것으로 카무플라주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은 두 남녀에게 교집합으로 남는다.


배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분명 울림이 있다. 누굴 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남자 인생 최고의 실수가 상기되며 환각이 보였을때, 자못 부모의 도리에 대해 생각이 들었을 듯 싶었다. 영화에는 실제 다운증후군 환자가 태건호의 아들로 나온다. 그가 내뿜는 호흡과 거친 발성은 리얼리티가 있으며, 이 영화의 주제와 화학적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허세만 가득한 조선족 보스로 나오는 오만석과 과거 스캔들 때문에 안방극장에서 볼 수 없는 이경영의 묘한 호연도 눈에 띤다. 


전체적으로 청회색의 색감을 가진 영화 카운트다운, 인생의 숫자세기는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다. 딱 열을 셀 시간이 주어졌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그리고 당신은?

 

 

 

 

 

 

 


카운트다운 (2011)

8.5
감독
허종호
출연
정재영, 전도연, 이경영, 오만석, 정만식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19 분 | 2011-09-29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