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리랑 - 감독 김기덕의 넋두리와 번뇌

효준선생 2011. 9. 18. 02:53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인정받는 감독, 스스로를 비주류라고 생각하며 늘 세고 날 선 내용의 영화를 찍어왔던 김기덕, 그가 이른바 주류이자 기득권이라고 생각하는 영화계에 날카로운 견제구 날렸다.

 

100분짜리 영화 한편을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찍어본 영화, 그런 이유로 엔딩타이틀도 필요없는 영화, 지나가는 행인 하나 나오지 않는 원맨 영화, 그런데도 마치 두 세명이 대화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짜 넣었기에 적막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분노에 가득차 육두문자를 쏟아내는 그의 형형한 눈빛에 의자를 뒤로 당겨 앉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영화 아리랑은 모두 14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어 온 김기덕 감독의 회고록 같은 영화였다. 인생을 넉넉하게 보내고 난 원로 영화인의 反芻 아닌 아직도 배가 많이 고픈 중견 감독의 獅子吼와도 같았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분노케 했을까 다들 그게 궁금해서 스크린을 노려보았을 것이다.

 

눈이 잔뜩 내린 시골 오두막집, 추위를 피하려고 집안에 다시 텐트를 치고 복고풍의 페치카에선 땔나무가 타고 있다. 그 안에서 요기를 하는 감독의 모습은 凡夫 그것이었다. 현장에서 메가폰을 잡고 레디 고를 외쳐야 할 현역감독은 라면을 끓여먹고 고등어를 구워먹고 손수 만든 에스프레소 추출기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 일상을 보여주고 나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풀어 놓는다.

 

전작을 만들면서 여배우를 위험에 빠트리게 한 일, 수제자라고 여겼던 신예감독의 이탈등은 그가 영화 제작외적으로 인간으로서 슬럼프에 빠지게 된 결정적 일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게 다였을까 나름 열심히 만든 영화였지만 한국 극장가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그의 영화들,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유럽권 영화제를 위한 영화라며 질시와 조소를 보내기 일쑤였다. 외국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나라에서 훈장을 준 일도 언급하며 그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영화 중간 중간 그가 만들었던 작품의 포스터 삽입되었다. 그는 과거가 그리웠던 것일까 아니면 그가 敬遠視하는 대형 자본앞에서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괴로웠던 것일까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영화속 그가 외롭다고, 쓸쓸해 보인다고 해서 해결될 것도 위안을 받을 것도 없었다. 인복이 없는 것, 그리고 애시당초 비주류임을 천명하고 김기덕표 영화를 만들어 오지 않았다면 과연 그 많은 영화를 쏟아낼 수 있었을까

 

영화속 김기덕 감독은 취중진담을 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그에게 가장 큰 문제는 번뇌라고 보았다.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를 떠난 사람도 있지만 그도 밝혔듯 회자정리는 인생사 늘 있는 일이다. 그걸 탓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곁에는 혼자서 영화작업을 하지 않아도 될 스탭들이 있다. 그리고 그의 영화를 기다리고 봐주는 관객이 있다. 누구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면 그가 그렇게 바라는 영화만들기는 더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김기덕의 아리랑은 한의 노래가 아니라 희망의 노래가 되길 바라본다.

 

 

 

 

 

 


아리랑

Arirang 
8.9
감독
김기덕
출연
-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00 분 | -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