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범한 날들은 세편의 단편이 한데 뭉쳐있는 구조다. 옴니버스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런데 좀 특이한 것은 각각의 단편을 한 명의 배우가 오롯이 책임진다는 데 있다. 3,40분 되는 러닝타임 동안 배우들은 열심히 말하고 움직이고 어디론가 이동을 하다가 오열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 장면엔 왜들 그렇게 우는 건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공통된 주제는 죽음이라고 볼 수 있다. 아내의 죽음, 뱃속 아기의 죽음, 그리고 할아버지와 어느 남자의 죽음이다. 그런데 이게 순환구조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나온 남자가 맨 마지막엔 죽는다는 설정은 결국 우리의 인생사와 맞물려 있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보였다.
주인공들은 마치 누군가와 함께 있는 듯 이야기를 나누고 더불어 생활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게 스스로를 옭아매는 굴레처럼 보인다. 실상은 혼잣말을 하고 혼자 노는 셈이다. 뭔가 나사하나 풀린 듯한 그들에겐 사연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구체적이고 남겨진 것들이 실체적이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매우 불친절하다. 위의 정황들도 그저 화면을 보면서 느낀 소감을 한데 묶어 개인적으로 풀어내는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플래시 백으로 잠시 보여주기는 하지만 충분치 않다. 오해도 있을 수 있다. 106분의 러닝타임이 짧은 것도 아닌데 조금만 더 설명을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찍은지 꽤 되었지만 최근들어 영화출연이 희소해진 배우 송새벽의 원맨쇼를 볼 수 있고 독립영화계의 블루칩 이주승, 한예리(김예리에서 개명)등이 나온다.
평범한 날들 (2011)
Ordinary Days
9.2
글쓴이 평점
'소울충만 리뷰 > [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투혼 - 살아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0) | 2011.09.21 |
---|---|
영화 의뢰인 - 정황과 증거의 미로에 빠지다 (0) | 2011.09.20 |
영화 아리랑 - 감독 김기덕의 넋두리와 번뇌 (0) | 2011.09.18 |
영화 컨테이젼 - 괴질에 의한 팬더믹, 남의 일이 아니다 (0) | 2011.09.17 |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 - 소중한 것은 잘 보이지 않는 법이라네요 (0) | 2011.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