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컨테이젼 - 괴질에 의한 팬더믹, 남의 일이 아니다

효준선생 2011. 9. 17. 03:59

 

 

 

 

2003년 추운 겨울이 다 가고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일 무렵, 중국 발 비보는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가져다 주었다. 이름도 흉악한 괴질, 나중에 비전형 바이러스라는 의미의 사스로 불리웠지만 그해 봄부터 초여름까지 지구상 수많은 나라들이 바로 이 알려지지 않은 질병으로부터 고통을 당한 바 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 원인균이 중국 광동성 사람들이 식육하는 사향고양이에게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사후약방문격이었다.


인류의 생활조건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청결치 못한 구석은 존재한다. 그저 식도락이라 하며 즐기는 수만가지 몬도가네식 식습법, 어쩌면 사스는, 사향고양이가 원인이 되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건 사향고양이의 인간에 대한 역습이 아닐까 게다가 반나절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만큼 인류의 교류가 빨라진 오늘날, 질병의 매개 역시 초고속으로 전파된다.


근세기 들어 창궐하는 수많은 질병의 매개는 동물이다. 돼지독감이라고 처음 명명되었던 신종플루와 조류독감, 그리고 사스처럼 동물은 자신을 잡아먹거나 해를 가하는 인간들에게 질병을 선사해왔다. 백신이라는 치료제를 만들어 내는 데 골몰하며 임시처방을 하지만 이런 팬더믹한 질병은 앞으로도 계속,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영화 컨테이젼은 드라마가 가미된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보였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여러 가지 방역작업이 보여지고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인간들, 백신을 차지하려는 인간의 욕심, (차라리 그건 본능에 가까운 것처럼 보이지만)이 이곳 저곳에서 묻어났다.


영화의 장르와 소재의 특이함과 별도로 유명배우들이 대개 참여한 것도 이색적이다. 맷 데이먼, 귀네스 펠트로, 마리온 꼬띠아르등이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는데, 심지어 정체 불명의 전염병으로 흉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듯 싶다. 그런데 이런 유명 배우들이 한데 모인 영화치고는 만족스럽지 못한 점은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다소 불편한 장면들이 내재했기 때문이다.


엔딩장면에서 이 모든 사건의 勃發이 작은 카메라에 찍힌 몇 장의 사진과 감독의 의도적인 편집으로 보여지는데 결국 동양권의 요상한(?) 먹거리 때문이라는 주장이 펼쳐져서다. 인위적이든 우연이든, 예를 들어 박쥐가 이 영화의 원인균이고 돼지가 숙주가 되는데 그게 중간에 청결치 못한 한 중국 남자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처럼 그려졌다. 중국 뿐 아니라 일본 사람들이 생선회를 먹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굳이 책임소재를 特定한 것은 껄끄럽지만 질병의 전파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배역들의 과잉감정의 표출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은 채 건조하게 앵글을 들이민 점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사람의 목숨은 사는 곳, 지위나 명예와 상관없이 모두 소중하다. 중국 오지에 사는 가난한 어린 아이의 목숨이나 유사시에 철벽으로 된 벙커에 숨는 미국 대통령이나 하나뿐인 생명앞에선 동등하다. 다들 제 한목숨을 구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탓할 수는 없다.


중반이후, 다양한 캐릭터들이 괴질에 맞서 대항하는 모습을 드라마적 시각으로 보여주는데 그동안 끈질기게 밀어부친 다큐적인 관점과 충돌하며 깔끔하게 마무리짓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영웅담도 아니고 자연 재앙물도 아닌 우리의 멀지 않은 미래에 도래할 뉴스 리포터처럼 읽혔다.

 

 

 

 

 

 

 

 


컨테이젼 (2011)

Contagion 
9.1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맷 데이먼, 로렌스 피쉬번, 마리안 꼬띠아르, 기네스 팰트로, 케이트 윈슬렛
정보
액션, SF, 스릴러 | 미국 | 103 분 | 201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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