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코쿠리코 언덕에서 -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추억이라는 메시지(강추)

효준선생 2011. 9. 15. 00:44

 

 

 

 

 

오랫동안 펼쳐 보지 못한 짐 보따리속에서 한 세대는 묵혔을 듯 한 사진들이 발견되곤 한다. 그 사진 속 주인공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심지어 누군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간혹 사진의 그 사람이 눈에 밟혀 눈물이 흐를 수도 있다. 사람들은 그걸 추억이라고 말한다.


졸업한 뒤 단 한번도 찾지 않았던 모교에 가보니 모든 게 낯설다. 校舍들은 신축했는지 비까번쩍하고 위치도 그 옛날의 그곳이 아닌 것 같다. 운동장을 돌아보니 체육관만 예전 그대로다. 그곳에서 운동하던 때가 떠올라 명치 끝이 오그라드는 기분이 든다. 그때 아이들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할까 사람들은 그것도 추억때문이라고 말한다.


제아무리 냉혈적인 사람이라도 추억은 몇 개씩 가지고 있다. 그걸 상기시킬때 마다 각자 몸이 보내는 신호를 체감한다. 알싸하거나 아스라하거나 눈물이 고이거나 오금이 저리기도 한다. 그건 자동반사일 것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때문일 것이다.


영화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아지트라고 하는 지브리에서 만든 신작이다. 작년에 본 마루 밑 아리에티와 배경이 매우 흡사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판타지를 배제하고 오로지 과거지향의 추억에 매달린다. 그렇다고 이젠 가볼 수 없는 장소와 시간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그랬고 그때를 살아보지 못한 세대에게도 풋풋한 사랑의 실체를 느끼게 해주어 좋았다.


바다가 보이는 코쿠리코 민박집의 다음 주인이자 어린 여고 2학년 생은 우미, 그리고 여동생 소라, 각각 바다와 하늘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자매는 인근 코난고등학교에 다닌다. 우연히 학교 교지를 만드는 남학생 슌을 만나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지만 그들에겐 마치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과 같은 운명의 끈으로 엮여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캐내는 과정과 학교 동아리 건물 철거 및 신축과 관련해 이들이 펼치는 당돌한 시위는 그 당시 일본의 시대상을 적절하게 비유하고 있다. 전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이념다툼은 고등학생에게까지 전파되고 그들은 대립과 반목으로 대치하고 있다. 한편 1964년 동경 올림픽 개최와 함께 세상은 낡고 허름한 것은 없애고 새로운 것을 세우자며 대대적인 공사판이 되고 여기에 역사와 전통도 아름답다며 지키자는 쪽과의 대결은 이 영화 속에서도 학교라는 배경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추억”이 승리한다. 그 추억이 달콤한 맛인지 씁쓸한 맛인지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기도 하지만 당시를 엿볼 수 있는 배경이 되는 바닷가 마을, 음악, 소품등은 상당히 운치가 있다. 조금 불편해 보이는 물상들을 대하면서도 우린 아스라한 추억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이 그들 사이에서 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빠르고 거친 영화만 보다 이런 수채화같은 영화는 정신적 자양분이 되기에 충분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대부인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고로부자의 노고가 잔뜩 묻어 있으며 일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영화팬들에게도 감히 추천해 본다. 그 시절 당신은, 혹은 당신의 아버지는 이 나라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코쿠리코 언덕에서 (2011)

Kokurikozaka kara 
6.9
감독
미야자키 고로
출연
나가사와 마사미, 오카다 준이치, 타케시타 케이코, 히이라기 루미, 이시다 유리코
정보
애니메이션, 로맨스/멜로 | 일본 | 91 분 | 2011-09-29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