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효준선생 2023. 8. 25. 06:21

 

소설은 주인공 '희원'이 같은 여성으로서 대학강사 '그녀'를 만나는 과정에서 여성성이 터지는 장면을 삽입했다. 더 이상은 공유할 것이 없을 것 같은 정신적인 유대감, 그렇게 조금 가까워지는 듯한 두 사람의 관계는 수업 시간에 희원이 써 낸 에세이로 증폭한다. 희원이 다룬 내용은 그 해 용산에서 벌어진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자행된 폭력으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른바 용산 참사고, 그걸 지극히 개인의 시선에서 언급한다. 하지만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은 제각각의 의견을 제시한다.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어떤 이는 마치 자신의 의견이 정설이라는 듯 비꼬기까지 한다. 그 상황을 제어하고 희원 쪽으로 물꼬를 터준 것이 바로 강사 '그녀'다.

수업 시간을 통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두 여성의 생각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았다. 분명 통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더 다가갈 수 없게 만든 선, 무엇이었을까? 희원은 강사 '그녀'의 이력과 그의 작품을 어렵사리 찾아 읽어가며 접점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그 자신도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고 사회문제와 여성에 대해 회사원이었을 때의 좁은 시선을 탈피하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손을 내밀며 함께 하고자 했던 마음은 어느새 스르륵 사라지고 서로가 상처가 되고 만다.

소설은 용산이라는 한정된 지역을 통해 두 명의 여성이 서로 지금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데 과연 공감과 연대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묻고 있다.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여성의 손을 잡아주고 관심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어쩌면 경쟁자로 본 것은 아닌지, 자신보다 선배 격인 강사를 통해 앎의 지름길을 얻고자 했던 희원으로서는 자신을 경쟁자로 여기는 '그녀'에게 실망을 한 것은 아닌지. 결국 연대를 기대했건만 심리적 충돌로 바뀌고 만다.

소설은 두 여성을 등장시켜 각자가 안고 있는 작은 빈틈을 다른 이(같은 여성으로서)의 관심과 에너지로 채워 넣고 불완전한 둘이 완전한 둘이 될 수 있는지 묻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내부의 의심과 크지도 않은 질시로 깨지고 만다. 시간이 저만큼 흘러 회고해 보면 어쩌면 그날의 버석거림으로 인해 지금의 이 자리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것처럼 되고 말았다는 깨달음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