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물건버리기 연습 - 딱 100가지만 남길 수 있을까

효준선생 2014. 1. 24. 07:30





1993년 성철 스님이 열반에 들었을 때 그의 타계소식보다 더 큰 관심이 갔던 건 남겨놓은 물건들이었다. 검정 고무신 한 켤레, 누더기 같은 법복, 그리고 책과 메모지 뿐이었다고 했다. 이럴 수가 있을까. 제 아무리 공수래공수거라지만 큰 스님으로 추앙받던 인물이 물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라니,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나도 세상을 떠날 때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화두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태어나면서 바로 기저귀와 강보, 유모차, 그리고 분유와 이유식을 거치며 하나 둘 제 물건들이 늘어나고, 수입이 생기는 어른이 되면서 소유욕이 점점 강해져, 없으면 갖고싶고, 갖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순환적 삶을 살아야 했다.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출시되었다는 광고와 알림에 귀가 솔깃해져서 이게 없으면 큰 일 날 것 같아보이지만 실상은 없어도 사는 데 별 문제가 없는 물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벤트랍시고 얻어 온 자질구레한 물건들, 선물로 받은 책과 악세사리들, 먹어치우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버리기도 뭣하고 쓰기도 뭣한 물건들 틈 바구니 안에서 내가 사는 건지 물건이 사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노트북 주변을 살펴보았다. 온통 잡스러운 물건들의 배열이다. 과연 저것들은 언제 쓸날이 올까? 소모품이 아닌지라 줄어들지도 않을 것들. 내일 분리수거날인데 싹 가져다 버릴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런 생각에 불을 지핀 것은 시공사에서 펴낸 물건 버리기 연습이라는 책 때문이다. 책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물건의 노예가 되면 안된다는 주의를 설파하는 책이다.   


물론 오랫동안 공감하던 내용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만 해왔고 제대로 실천이라고는 해 본적이 없던 실책을 꼬집힘 당하는 것 같아 살짝 민망해졌다. 내용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잘 버릴 수 있느냐다. 책은 목차와 상관없이 크게 두 개로 나뉜다. 물건을 잘 버렸을 때의 정서적 안정감과 어떻게 하면 그 물건을 잘 버릴 수 있나 하는 실용적 부분이다. 아무래도 전반부에 좀더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되는데 그럴 수 밖에 없다. 몸은 머리가 시키는데로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수십 번도 더 방 안을 돌아보게 된다. 만약 이 방안에 노트북이 있는 책상 말고 아무 것도 없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만약에 이 방안에 먼지 한 톨도 없는 상태에서 알 몸으로 바닥에 누워 있게 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노골적이지만 이 책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인 메리 램버트가 영국의 여성 작가인지라 자신의 관점에서 기술을 하는 바람에 유독 패션과 관련된 물건을 처리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특히 옷, 가방, 신발등을 말하는데 어쩌면 난 이미 저자가 언급한 부분을 잘 실천했는지도 모른다. 대신 책은 손들었다. 한 번 본 책들, 정말 버릴 수도 없고, 남에게 주기도 만만치 않다. 그럼 이 책, 물건 버리기 연습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 바로 처리할 것 같지는 않다. 100개의 물건만 남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버리고 또 버리다 대책이 안 설때 한 번쯤 다시 읽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물건 버리기에 집착을 하느냐 하면, 이승에서 남긴 제 물건이 저승에 가면 모두 어깨에 짊어져야 하는 짐이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때 마침 내일은 분리수거하는 날이다. 좀 움직여 봐야겠다. 








물건버리기 연습

저자
메리 램버트 지음
출판사
시공사 | 2013-05-24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정리보다 버리기가 더 중요하다! 영국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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