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레트로 일본 애니여행 - [리뷰] 어린 시절 우리를 달뜨게 했던 만화

 

 

 

 

 

해외 여행을 무작정 떠나는 것도 좋지만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닌 이상 테마를 정해 가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라면 느낄 수 없는 것을 보는 걸 주제로 했다면 그 이상 현지적인 것도 없을 테니 기대감은 배가 될 것이다. 작가 윤정수의 낭만 레트로 일본 애니여행은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두고 있거나 혹여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해 주던 만화영화에 넋을 놓고 봤던 그 시절을 추억을 환기시켜주는 고마운 책이다.

 

 

윤 작가의 책은 몇 년 전 읽었던 오키나와에서 일주일에 이어 두 번째인데 전작이 차분한 어조와 정갈한 편집으로 인상 깊었던 바 이번 책도 비슷한 느낌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한국에서 열린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전을 통해 여행의 테마를 정했고 그렇게 마련된 여행 기회를 통해 깔끔한 책 출판으로까지 이어졌다.

 

 

최근엔 다양한 분야에서 복고가 한창이다. 지금을 사는 우리가 다가올 미래보다 지나간 과거에 천착하는 이유는 현재에 대한 불만족이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우린 너무 정신없이 살아왔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대로, 어른들이 알려준 대로, 그렇게 어른이 되어 남들도 그러하듯이 회사에 들어가서 월급생활을 하는 게 인생의 모범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우리의 삶은 팍팍해졌고 기득권층이나 가진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 사이의 갈등의 폭은 심화되었다. 그러니 오늘과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불안함은 그 어린 시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 이제 와서 인생이란 그 작은 골목 안에서처럼 평온하기만 할 것이라며 여겼던 어린 시절의 자기 곁에 있었던 걸 소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지금은 중년의 나이가 된 3,40대 들에게 텔레비전에서 봤던 만화 영화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제목도 어렴풋하지만, 등장 인물도 헷갈리지만 그래도 귀에 넣어 놓았던 번안 주제가 들은 여전히 혀끝에 맴돈다. 그런데 악착같이 기억에 남아 있던 영화 대부분이 일본제라는 사실에, 그 사실을 알게 된 한참 뒤 멍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에 대하여, 일본 문화에 대해, 오랫동안 터부시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절, 왜 아이들이 봤던 만화 영화는 손대지 않았을까. 아동들이니까 국적에 대한 편견은 상관없다고 판단했던 걸까. 이젠 극장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은 드물지 않게 개봉을 한다. 유명 프로덕션이나 감독들의 손을 거쳤으면 그게 홍보의 힘이 되는 시절이다. 일부러 옛 것을 챙겨보는 취미를 가진 청춘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만약 현지에서 그 만화의 원류를 찾아 볼 수 있다면?

 

 

이 책에선 12개의 테마 안에 그 만큼의 각각의 만화와 관련이 깊은 지역을 순례한다. 대개는 한 번쯤 제목을 들어본 것들이고 저자가 찾아 다니고 그것에 대해 풀어 놓는 이야기란 것이 실상 만화와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만약 그냥 그 지역에 갈 일이 있고 시간이 좀 생긴다면 부록처럼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만화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관심이 많아졌고 잘 모르는 만화 부분에선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책 자체의 볼륨이 크지 않고 만화를 다룬 책만큼 삽화와 사진들이 많아 짬짬이 읽어보기 좋은 편집을 갖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도화의 일부분은 가수 박학기씨의 작품이라고 하니 재주 있는 사람은 하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제 옛 것에 대한 향수는 이웃나라 만화에게까지 닿았다. 하지만 어느 세대에겐 그 만화 자체가 성장에 필요한 즐거운 자양분이었고, 어른이 된 뒤 재미없는 오늘을 살면서 회고할 수 있는 심심하지 않는 책이라 이렇게 소개해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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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레트로 일본 애니여행

저자

윤정수 지음

출판사

리스컴 | 2015-05-18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애니여행은 혼자서 가도 지루하지 않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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