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해피해피 브레드 - 커피 한잔하고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효준선생 2012. 12. 17. 00:00

 

 

 

 

 

삿포로는 북해도에 있는지라 그 이름 자체에서 좀 추운 느낌이 난다. 그런데 그곳의 여름은 여전히 추울까 사람들은 추우면 따뜻한 곳으로, 더운면 추운 곳으로 이동해 계절을 거스르며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한다. 삼라만상이 다 그럴진대 특히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은 “탈 것”을 만들어 수만km 떨어진 곳도 단 하루면 갈 수 있으니 더욱 그런 마음이 생길 것이다.


삿포로에서도 한참 더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츠기우라(月浦),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더 들어가면 나타나는 카페 마니, 30대 부부가 운영하는 이 곳은 원래 손님을 받지 않는 카페 겸 베이커리였다. 하지만 이곳에 커피와 빵만 사러 왔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건 무리다. 그래서 한 두 명씩 손님을 받다보니 어느새 소소하게 입소문이 나고 그런 이유로 오늘도 동경에서 젊은 여자 손님이 찾아왔다.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코가 쓴 소설 해피 해피 브레드(블루 엘리펀트 출판사)는 작은 소설이다. 리에와 미즈시마 두 부부가 삿포로 어느 촌에 차린 카페 마니에 찾아온 세 팀의 손님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정갈하게 그려는 이 소설은 이미 지난 여름 영화로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당시 영화를 보면서 저렇게 살 수 있다는 건 행복이고 행운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소설을 읽으면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늘 대도시에서 인파에, 듣지 않아도 될 뉴스에,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물질문명에 치이다 보면 분명 카페 마니에서의 삶이 부러울 만 했다. 대체 그곳은 어떤 곳일까?


혼자 온 여자는 도쿄에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차이고 둘이 가기로 한 오키나와가 아닌 정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삿포로로 와버렸다. 이른바 무작정 비행기에 오른 셈이다. 그리고 이 곳. 카페 마니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은 다시 도쿄로 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 주었다.


두 번째 이곳을 찾아온 손님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아이였다. 아빠랑 사는 어린 소녀에겐 엄마가 해준 호박죽이 매개체로 등장한다. 미쿠에겐 엄마의 부재가 주는 상실감이 극복 대상이었다.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엄마의 빈자리를 혼자의 힘으로 채우기는 힘들었기에 카페 마니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소원하기만 했던 아빠와의 거리 좁히기 과정이 따뜻하면서도 신파적이지 않게 그려진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은 노부부가 등장할때는 한 겨울이었다. 사위가 눈에 덮여있고 간신히 이곳을 찾은 노부부에겐 아픔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추억이 담긴 “함께의 공간”을 찾아온 것이다. 이들 역시 지나온 세월을 반추하고 또 카페 주인이 끓여준 집 밥에 가까운 소박한 음식을 맛보며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마무리짓는다.


이 소설의 프롤로그는 아내인 리에와, 에필로그는 미즈시마의 이야기로 마치 샌드위치 형식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세 팀의 손님이 들어간 셈으로 읽어내는 데 큰 부담이 없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만 그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의미는 결국 관계 맺음에 있다. 갈수록 혼자임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잠시 한적한 곳에서 현재의 자신을 내려놓거나 혹은 과거의 지나간 일을 되새김질 하려는 인물들로 그려졌다. 아이, 아가씨, 그리고 노부부라는 세대를 등장시켜 어느 한 세대만의 이야기라는 지적을 불식시키려 했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오늘날 모든 이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읽혀졌다.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맛있는 먹거리는 이 소설의 윤활제다. 특히 컴파뉴라는 빵의 어원은 이 소설의 핵심 포인트다. 빵을 함께 나눠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이 소설을 쓰게된 모티프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와 달리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이 예쁜 컨텐츠를 볼 수 있음은 행운이다. 비록 삿포로엔 가기 힘들지만, 마음만큼은 이미 카페 마니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 리뷰 ->  http://blog.daum.net/beijingslowwalk/16154104

 

 

소설 해피 해피 브레드는 모비의 이은하님의 배려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해피 해피 브레드

저자
미시마 유키코 지음
출판사
블루엘리펀트 | 2012-11-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 잔의 커피와 따뜻한 위로가 있는 카페로 초대합니다!일본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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