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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트라이트 - [리뷰] 한국언론에 투사하다

효준선생 2016. 3. 5. 07:30







언론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되는 세상일은 얼마나 될까 제 아무리 통신이 발달했다고 해서 사건 사고를 직접 목격하거나 목격한 사람을 통해 전해 듣는 건 별로 없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일들은 언론을 통해, 혹은 데스크와 기자를 통해 전달되지만 그것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가에 대한 의구심은 늘 있어 왔다. 언론은 권력을 가진 자, 아니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을 세상에 고발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역할이지만 실제는 그러하지 못하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그런 자들을 비호하고, 두둔하고 아예 은폐하기도 한다. 시쳇말로 기레기라는 단어도 그래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언론이 편의를 위해 입을 닫고 있을 때 폐해는 말할 것도 없고 그저 양심의 문제라고 하기엔 너무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며칠 전 큰 상을 받았다. 영화는 미국 유수의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언론인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만연해 있던 성직자들의 성 추문을 파고드는 그들의 활약을 담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극적인 반전이나 배신과 협잡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잔재미는 덜하지만 고집스럽게 밀어 붙이는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들이 몰입해서 볼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주목할 부분은 단 한 명의 영웅같은 기자를 내세워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를 해서 문제를 키우고 그걸 해결하려 하지 않고, 사장부터 시작해 편집인, 부편집인, 팀장, 일선 기자들이 똘똘 뭉쳐 팀워크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각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분야에 접근하고 그걸 차곡차곡 쌓아 올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과 조합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장면들은 정말 보기 좋았다.


 



흔히 특종이라 하면 다른 사람들 보다 먼저 나서 알아내고 그걸 터뜨리고 싶어하지만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대적 배경이 2001, (뉴욕에서 큰 사건이 벌어졌던 그 해)이니 그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특종을 얻어내기 위해 개인 플레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들은 직감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그건 바로 이 영화의 핵심 대상인 종교인과의 사투기 때문이다. 종교 기관에서 벌어지는, 사제들이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추행을 저질렀고, 그걸 무마하기 위해 모든 권력을 동원했다는 증거, 그리고 거기에 관여했던 변호사들의 침묵들은 오로지 한 두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는 종교 사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종교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벌어진 추악한 행위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이 가난하고 부모가 없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라는 사실과, 그리고 과거 한때의 사실이 아닌 지금도 여전히 전국 각지, 아니 전 세계적으로 만연되어 있다는 엔드 타이틀의 자막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더욱 놀라운 건 제 아무리 외부의 압력이 들어와도 정론 직필을 포기하지 않는 언론인들의 모습이 이상스럽게도 한국의 언론인과 비교가 되었다. 권력자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건 체질이 되었고 자신들의 사세를 확장시키기 위해 갖은 획책을 도모하는 그들, 대중을 혹세무민하는 데 목소리를 높이는 저들을 과연 참된 언론인들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끄러움이 드는 일부 신문과 방송사 기자들. 과연 그들에겐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이 있는 걸까? 이 영화가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에 그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다뤄야 하는 부분이 종교가 아닌 정치라면 이해가 쉬울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