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킬 미 달링 - [리뷰] 마지막 여행은 그녀와 함께

효준선생 2016. 2. 28. 07:30








사는 것을 마감하려는 이유는 다양했다. 그런데 살면서 단 한번도 제대로 된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선택하려고 하다니, 제 아무리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았다고 해도 좀 심했다. 하지만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그 말고 또 있다고 한다.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타인의 힘을 빌어 실행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거란 말에, 그리고 지금은 불법이지만 언젠가는 합법적인 사업이 될 거란 말에 뜨악하지만 죽음은 막연한 공포일까 아니면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영화 킬 미 달링은 멜로 영화지만 죽음을 선택한다는 독특한 소재와 삶을 관조하는 철학이 담겨져 있는 좋은 영화다. 프랑스 멜로 영화의 달콤함을 넘어선, 한 번쯤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했을 법한 우리들에게 이 네덜란드와 벨기에 합작영화는 신선한 자극을 수시로 전달해 준다. 그 한 가운데는 재벌을 능가하는 귀족의 자제와 보면 볼수록 귀여운 멋이 있는 처자의 아름다운 로맨스도 있다. 죽기를 바라는 두 남녀 사이에 애정은 그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먼 길을 떠나려는 한 남자의 속내에 대해 단순이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갈등 그 이상의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훈훈함은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이다. 또 등장 인물들이 많지 않지만 어설픈 장치들보다는 대사를 통해 관객들을 설득하는 법이 제법이고 아름다운 풍광과 주인공이 처한 위치라면 다시 한 번 더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감정 이입 속에서 몰입해서 보게 해준다.


 



안락사와는 별개로 자신이 죽을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선택해서 도와주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린 자의에 의해 죽는 것만도 아니다. 병이 들어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도, 혹은 사고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 할 수도 있다.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 이상으로 주목받는 요즘, 이런 마지막 여행은 얼마나 유효한 것일까 한낱 돈 많은 한량들의 사치라고 하기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영화를 보면서 죽는 것에 대해 좀 더 넒은 마음이 생겼다. 어차피 언젠가는 떠나야 할 여행이라면 애써 서두르거나 외면할 필요도 없겠다. 그런다고 운명이 바뀌는 것도 아니라면 말이다. 영화는 죽여줘야 죽는 사람과 그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죽는 방법이 제시되었지만 그 선택은 정말 마지막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름답게 치장된 정원 한 가운데에 놓인 관의 주인공이야 말로 정말 행복하게 잘 살다 간 게 아니었을까. 마지막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그리고 저 세상에선 사랑했던 사람이 기다리고 있기에.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