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귀향 - [리뷰] 덮어 놓았던 역사의 한페이지를 펴다

효준선생 2016. 3. 1. 07:30







영화 귀향의 뜻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다의 의미가 아니다'귀신 鬼' 자를 사용하고 있다. 영화는 1943년 여름과 1991년을 오고 가며 한때는 정신대로 알려진, 지금의 위안부 여성으로 살았던 조선 땅의 여성들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가 현재 박스 오피스 수위에 오르고 많은 다양한 계층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는 지금까지도 왜곡되게 인식하고 있었던, 그녀들의 질곡에 대해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것이다.



 


자국의 정치인에게조차 감춰야 할 부정적 역사의 한 페이지 정도로 대우받고 시선도 냉소적이었던 시절을 끝내고 이제 여생을 마무리하려는 시점에 터져 나온 어처구니 없는 한일 양국간의 위안부 문제 합의가 과연 당사자인 그녀들에게 인정을 받기나 한 것인지, 영화에 드러난 끔찍한 장면들은 실제 있었던 것의 수 십 분의 일에 불과하다는 감독의 전언을 뒤로 하고도 얼마나 무지한 행태인지 제발 이 영화를 그들이 봤으면 좋겠다. 덮어 둔다고 해서 우리가 얻는 것이 있겠는가. 뒷자리에 여고생 무리들은 상영내내 한숨을 푹푹 쉬거나 안타까워 내는 신음소리가 그 당시 태어났으면 그들도 피할 수 없었던 지옥 같은 모습에 동화되었으리라는 건 싑게 눈치 챌 수 있었다.


 



씻김 굿과 현재를 사는 어느 소녀(그 소녀는 강제로 욕을 봤다)를 영매로 삼아 최소 두 세대 전의 그녀들을 소환하는 정경들이 애닮아 보였다. 가장 놀라운 건 소녀들의 모습만이 아니라 군중에 뒤섞여 있던 일본 군인들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는 장면에서였다. 지금은 다 잊을 수 있는 일이라며 미래를 위해 덮어두자고 했던 몇몇 위정자들의 모습이 바로 거기에 투영되었던 것이다. 그건 일본 군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일제의 만행이라고 운운하지만 만의 하나 다신 반복되는 역사에서 우리는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는가. 모두가 미친 시절을 살며 선과 악의 구분마저 모호했던 그때를 뒤풀이하지 말란 법이 어디에 있는가.


 



아픈 살은 흉터가 되었다. 망나니들이 휘두른 칼에 너무나 많은 희생이 따랐다. 영화는 옛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그 아픈 기억조차 유린당할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영화 같았다. 정말 어렵사리 십시일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했다. 엔드 크레딧을 꽉 매운 이름들은 과연 이 영화의 완성을 얼마나 고대하고 있었을까.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