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룸 - [리뷰] 어디가 아닌 어떻게 사는 지에 대한 물음

효준선생 2016. 3. 6. 07:30








인간이 엄마의 자궁 안에서 무려 10개월이나 머물다가 세상에 나오는 건 그만큼 인간이 외부의 충격에 노출될 경우 취약함을 드러낸다는 것이기도 하고 이미 세상을 경험한 엄마로부터 사는 지혜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세상에 나오면 무수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존재고 그런 뒤에도 혼자 걷거나 말을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우리 인간이다.


 



영화 룸을 보면서 협소한 공간에 갇힌 채로 무려 5년과 7년을 살아온 아이와 엄마의 경우, 그들에게 세상과의 단절은 세상에 나설 준비가 덜 된 존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 엄마의 경우 이미 알 것 다 아는 상태에서 납치가 된 상태라는 설정임에도 미성년이었다는 사실과 세상에 나왔음에도 아주 기본적인 세상 구경조차 하지 못한 무경험자로서의 아이에게 룸은 그들의 우주가 아닌가 싶었다.


 



이 영화가 납치된 상태로 장기간 고립된 여인과 그녀를 납치한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한 아이의 야기가 주된 동기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범죄 영화라고 할 수는 없었다. 심각한 사건임에도 범인에 대한 단죄, 심지어 범행 동기마저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다. 오로지 갇힌 모자와 또 다른 세상에 던져진 모자의 새로운 적응만으로 지켜보고 있다. 자칫 폐소 공포마저 느낄 지경이지만 반대로 생각을 해보았다. 삶을 산다는 건 외부로부터의 충격과 공격을 막아내는 일련의 행위의 연속인데 그게 보장이 되지 않는 다면 차라리 밀폐된 공간이 더 안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사람과의 교류도 없고, 외부와는 절대적으로 고립된 공간에서 살아보는 체험 같은 것이 가십거리에 오른 걸 보았다. 과연 인간은 얼마나 그런 상태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 엄마는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편없는 조건이지만 누군가를 의지할 수 있다는 마음이 견디게 해주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이의 입장은 좀 달라 보인다. 외부와 통하는 건 낡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움직이는 것들이고 그 외의 것은 모두 엄마를 통해 수용되었다. 설사 밖에 나간다고 해서 아이는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단서는 엄마가 없어도?


 



모성애에 대한 집요한 강요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는 집을 보면서 방을 나가면 또 다른 방이 있다고 표현했다. 우리는 자신의 방을 최소한의 생활 단위로 여기며 살고 있다. 남과의 공거는 말할 것도 없고 가족 간에도 자기 방에 들어가면 오로지 독립된 공간이 된다. 비록 어른 둘이 있기에도 비좁아 보이는 공간이지만 세상과의 소통이 버겁다면 반드시 그 곳에서 나와야 하는 건 아닌 듯 싶다. 이 영화는 모자의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적응, 소통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외로운 존재라는 걸 상기시켜 주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자기 만의 룸에 만족하는.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