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로봇, 소리 - [리뷰] 대신을 넘어 반려로

효준선생 2016. 2. 27. 07:30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13년이 지났다. 지하 공간에서 고의에 의해 저질러진 방화로 백 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안전 불감증이라는 단어가 대서특필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디서 어떻게 터질 지 모르는 이런 인재성 재난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제발 내게는 터지지 말기를 하고 바라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영화 로봇, 소리는 바로 이 사건의 가족의 오늘을 비추고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사고로 잃었지만 여전히 딸이 살아 있다고, 그저 행방불명 된 것이라고 믿는 한 아버지의 절절한 사연은 그저 외상 후 스트레스에 의한 비정상적 행동으로만 여길 수 없어 보였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우주 공간에서 날아온 인공위성의 일부분을 소통의 매개로 삼고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음성을 분석해 자료화 하는데 최적화된 위성, 생김새는 공상과학 영화에 나왔던 것처럼 생겼고 하는 행동은 예전의 이티(E.T)같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건 세상 사람 누구도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던 한 아버지의 호소에 오로지 기계만이 반응을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다. 로봇의 등장은 사람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그래서 엑스 마키나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버지에겐 하늘이 보내준 메시아나 다름없어 보였다. 딸을 찾기 위한 열망에 충실해 있는 아버지를 원래의 자리에 돌려 놓기 위해 어쩌면 딸의 선물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딸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점차 격리된다. 세상 남자는 모두가 늑대라고 주입식 교육을 했지만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된 뒤, 딸에게 아버지는 생물학적 부친의 존재로서만 남아주길 바란다. 그런 딸 아이의 다른 모습은 당연히 아버지에겐 쉽게 수용할 수 없는 변화고, 그 와중에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불귀의 객이 된 딸이 남긴 메시지는 로봇을 통해 전달된다.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로봇의 존재는 단순하게 그려져 있다. 국가의 정보를 위해 수거되어 폐기되어야 할 존재, 기계가 말을 하고 내보내는 정보라는 건 불명확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혹은 더럽고 망가지기 직전의 완구 수준. 하지만 영화에서 소리라고 명명된 로봇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영화를 보면서 어느 순간 로봇이 아닌 사람으로 투영하게 된다는 경험은 신기했다. 또 하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원에 의해 자의적 감청 문제를 이 영화가 다루고 있다. 이 또한 그 폐해에 대해 미리 따져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왜 개인의 사적인 통화를 나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밝혀야 하는 지의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