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오빠 생각 - [리뷰] 버려지는 것들을 지켜내다

효준선생 2016. 2. 22. 07:30








영화 오빠 생각은 전쟁 한 가운데에서 살기 위해 눈치를 보며 처신을 해야 했던 힘없는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직도 한국 전쟁이 영화적 가치로서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은 최소한 이 영화를 두고선 유보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채 끝나지 않은, 한국과 북한군이 공방을 벌어던 때라는 시대적 배경을 제거하고 하면 동기간의 정이라는 말 자체가 점점 희미해지는 요즘도 추론해볼 수 있는 이야기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 간의 정이 소원해지는 건 비단 전쟁뿐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영화가 아이들의 합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건 합창이 가지고 있는 함의 때문이다. 다시 이 영화는 전쟁을 통한 승리보다 전쟁으로 인해 잃게 되는 개인적 비극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고 그러기 위해선 나만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극단적인 차이를 합창이라는 방식으로 극복해보자는 시도가 돋보인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대부분은 밝고 경쾌하여 전쟁 시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느낌도 받는다. 전쟁이 가져오는 참혹함이라는 게 어차피 전쟁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조건에 그 죽는 사람이 내 가족, 내 지인이라는 가정을 굳이 상정하지 말자고 애쓴 모양으로 보인다.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아재'는 고아 아이들을 부려 앵벌이를 시키고 자신은 부잣집 아들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한다. 그에게 전쟁은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을 마련해 준 기회다. 흉측하게 남은 갈고리 팔을 제외하면 그는 새로운 계층을 만들어내는 이종(異種)이다. 아이들 앞에서 그의 모습은 폭군 같기도 하고 후반부에 살짝 드러난 모습에선 시대를 이기기 위해, 다시 말해 목숨은 부지할 수 있는 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이들에겐 무엇이 남았을까 부모를 잃고 가족을 잃고 고아인 서로가 힘이 되어 주어야 하는 어려움뿐이지만 언제까지 먼저 간 가족 생각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밝게 합창을 하는 모습 뒤로 저들이 전후에 고생을 하며 살았을 더 오랜 시절이 오버랩되면서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다시 가족을 만들어내고 그 가족들이 다시 가족을 만들 때쯤 그들에게 이때의 비극은 무엇으로 남을까 전쟁은 그 당시의 최고 권력자들의 욕심에서 시작되었지만 가장 큰 상처는 힘없는 가장 아래 자리한 민초들에게 남는다. 요즘 들어 군비를 확충하자고 떠드는 인간이나 전쟁 불사를 언급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심지어 그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전쟁으로 얻는 것은 얼마간의 땅덩어리와 헤게모니의 획득이다. 그러나 잃는 건 얘기하지 않는다. 전쟁 보다 무서운 건 버려지는 거라는 것을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또 다시 버려지고 싶은 건가. 이 영화는 보기 전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매서운 반전영화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