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동주 - [리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기를...

효준선생 2016. 2. 23. 07:30







일제 강점기를 살다간 많은 인물들이 영화 소재로 다뤄지지 않았던 측면엔 반공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었던 60년대부터 80년대의 군부에 의한 공안 통치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항일 운동을 했건 아니면 일제에 부역을 했던 상관없이 교과서에서 작품도 아닌 사조의 일원으로만 익히 들었던 그들의 이름이 영화에서 들리지 않았던 건 다양한 영화적 소재를 스스로 가둔 탓이다. 윤동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의 한 명임에도 영화는 물론 드라마에서도 중용되지 못했던 건 그와 관련된 드라마틱한 소재의 부재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옥사와 관련해서라는 말은 그래서 100% 신뢰하기 어렵다.  


 



영화 동주를 보면서 이 영화는 윤동주라는 한 명의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었기 보다 그 엄혹한 시절을 버텨야 했던 젊은 지식 청년들의 고뇌와 그들을 지켜 주지 못한 주권을 잃어버린 나라의 비애가 절절하게 드러났음을 눈치채게 된다. 비록 윤동주는 인물보다 시를 통해 그를 더 알고 있겠지만 문재를 뽐내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여겼던 그 자신을 비롯해 그 당시의 환경이 글쟁이라는 게 참으로 부담스러웠겠다는 심정적 동조가 인다. 영화엔 그의 외사촌 송몽규가 나와 그와는 조금은 결이 다른 인생을 살며 다소 평면적인 윤동주의 삶과 대비해 영화를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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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가 시를 통해 인생을 살았다면 송몽규는 산문 같은 삶을 살다간 셈이다. 요즘 청춘이 아프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들을 보면 그런 말조차 사치스럽다고 생각하게 된다. 숨쉬는 것 말고는 짧은 글하나 혹은 작은 외침마저도 누군가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건, 경제적, 물질적 빈곤과는 또 다른 관점이다. 그들이 조선땅이나 일본이 아닌 중국 간도에서 가족들과 살았다면 아마 그들의 존재에 대해 우리 후대들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항일운동을 하다 일제의 만행으로 옥사를 했다고 해서만 그들을 주목한 것은 아니다. 명망가라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들이 변절해서 징집을 주장하고 창씨개명을 독려하고 일제의 비호아래서 먹고 살았던 일부 문인들의 행적과 비교해 차라리 이 두 청년에게서 감화를 받게 된 것이다.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연출이지만 전체적인 톤은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의 분위기를 많이 차용한 듯 싶다. 흑백 영화인지라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더욱 悲感해 보였고 차분하지만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불안한 기색들이 완연했다. 배우들의 내레이션을 통해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윤동주의 시 구절을 듣는 게 기분이 묘했다. 만약 지금의 청춘들이 저 시대를 살았다면 가슴 한 켠에 어떤 덩어리 같은 걸 품고 살았을까? 시절이 다르니 뭐라 하긴 그래도 시대 정신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