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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롤 - [리뷰] 그때, 그녀를 사랑했던 여자

효준선생 2016. 2. 18. 07:30







1950년대 미국은 거의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던 전후 복구기를 맞아 경제적인 최강대국으로서의 기회를 노리던 중이었다. 이른바 신흥강국으로서의 면모는 그 안을 채우고 있던 국민들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끼쳤다. 봉건적 사고가 여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전과는 조금 다른 인식이 성적 정체성으로 혼돈을 겪던 몇몇 성적 소수자들에게도 미치고 있었다. 당시 동성애는 병적 치료를 수반하다는 인식이 있었기에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환자 취급을 받으려는 사람을 드물었다. 하지만 캐롤은 좀 남과 달라 보였다. 이미 그 문제로 인해 이혼 직전의 상태였고 심지어 하나 있는 딸과 면접권 마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영화 캐롤은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가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이유는 캐롤과 그녀의 여자가 보여주는 사랑이 행위를 벗어나 심리 상태의 변화를, 70년 전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조밀하게 녹여 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여자의 밀행이 주목받는 것과 더불어 그녀들을 둘러싼 인물들, 그리고 환경들이 지금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롤에겐 양성애자로서의 성향이 엿보이긴 하다. 남편이 있고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도 있다. 남편과의 불화는 그와의 성적 갈등이 아닌 아이의 유모와의 관계가 들통나서였고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문제는 그녀가 하고 있는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그녀에게 동성과의 사랑은 멋진 옷을 차려입고 파티에 갈 누군가를 찾는 것이며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녀의 반대편에 서있는 또 한명의 여자, 체코계의 성을 가진 테레즈, 백화점 완구 코너 직원이었던 그녀가 딸을 위해 장난감을 고르러 온 캐롤에게 마음이 빼앗기는 장면은 그녀에게 이성적인 사랑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걸 상징한다. 그녀는 백화점 직원으로서보다 사진을 찍는 일에 더 관심을 갖는다. 남자 친구로부터의 그럴듯한 제안에도 시큰둥하다. 오히려 캐롤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성애 대한 애정을 피력한다. 하지만 그녀를 감싸고 있는 건 가지고 있는 재화나, 혹은 신분에 대한 열위감이다. 캐롤은 자신이 가진 것들로 자신의 매력을 테레즈에게 선사했고 그 두 사람이 잠행을 떠나거나 나중에 파티에서 조우할 때의 모습들도 한결 같았다.


 



두 사람 사이를 가로 막는 건 미국 서부와 동부라는 지리적 간극이 아니었다. 캐롤은 원심력에 이끌리듯 수도 없이 자신의 집,(그곳엔 대부분의 시간이 비어 있다)으로 돌아왔고 그 안에서 텅빈 자아를 채우는 데 몰두한다. 하지만 새로울 건 없다. 그녀를 위로하는 건 딸과 유모였던 동성 친구. 그리고 테레즈 뿐이었다. 법적인 아이 아빠에겐 이젠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그런 캐롤의 시선이 불쑥 테레즈를 따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사랑의 다양한 면을 인정하기엔 쉽지 않은 노릇이다. 지금은 전과 많이 달라졌다고들 한다. 동성애를 바라 보는 시선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그 수용자세마저 당시 사회적 편견에 개인의 감정을 맞춰야 가능한 일이다. 2016년 바라보는 1952년의 동성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감화를 할 수 있는 것도 그저 시간의 흐름이 사람의 정서를 바꾸어 놓았다고만 말 할 수는 없다. 독특한 매력을 가진 두 여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장면들이 가장 인상적이라는 것은 타인의 관심을 희구하고 싶은 오늘날 많은 여인들의 허한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극장 안에 유난히 많이 보이는 여성 관객들의 시선이 그래 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