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 [리뷰] 험한 세상 기댈 수 있는 것들

효준선생 2016. 2. 1. 07:30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엔 특징이 하나 있다. 해체 위기의 가족들이 상처에 새살이 돋듯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주는 역할을 자임한다는 점이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마음의 병을 하나씩 안고 산다. 현대인들에게는 흔한 일이지만 영화에서 그걸 풀어가는 방식은 언제나 따뜻한 시선이 우선시 된다.


 



핏줄을 다룬 이야기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정말 따뜻한 영화다. 극적인 사건 사고는 하나도 없다.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부모와의 해후, 그리고 그 사이에 새로 생긴 어린 동생, 생각지도 못했던 네 자매의 동거가 풀어 놓는 이야기란 게 별 일이 아니면서도 사소한 행동에서 묘하게도 정이라는 걸 느끼게 한다. 부모의 정을 느끼지 못한 채 어느덧 성인이 되고 만 자매들, 각자 받아들이는 감수성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그것에 대해 조금씩 아쉬워할 뿐이다. 일을 하며 자기 앞가림을 하고는 살지만 그녀들에게 현재는 과거의 불만과 단단하게 연결된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잇닿아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오로지 지금 나는 그들과 행복한 건가?’ 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혼해서 따로 나가 산 아버지, 그에게서 나온 이복 동생. 장례식에서 만난 네 자매는 함께 살자고 결의한다. 모두 성인이 된 언니와 달리 막내는 귀여움을 독차지 하면서도 어딘가 모를 심정적 상처를 안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 부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학교 생활도 잘하고 축구라는 이미지를 통해 연약하기만 한 소녀라는 편견도 깨버린다. 단지 친 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시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관객의 의구심이 오락가락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기분 나쁜 장치들을 해 놓지 않았다. 유난히 장례식, 추도식, 그리고 성묘 장면 같은 것들이 많이 나온다. 그건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은 영원한 곳이 아니라 잠시 왔다가 지나가는 곳이라는 것을 부각하고 먼저 간 사람이 남겨진 사람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것이다.


 



일본의 작은 마을, 그것도 조금만 걸어가면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 자리한 오래된 가옥을 배경으로 하고 자주 등장하는 작은 열차들을 보면서 일본 특유의 정취를 잘 느끼게 한다. 장녀로 나온 아야세 하루카와 막내로 나온 히로세 스즈를 보면서 두 자매의 애틋함이라면  세파 따위는 하나도 무섭지 않겠다는 느낌을 수시로 느끼게 해준다. 누구에게라도 권할 수 있는 추운 겨울 포근한 담요 같은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