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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가 죽은 밤 - [리뷰] 빠져 나갈 구멍이 있나

효준선생 2016. 1. 28. 07:30







시신을 앞에 둔 사람의 마음은 조변석개처럼 느껴진다. 방금 전 까지 숨이 붙어 있을 때는 살갑지만 목숨이 끊어지고 난 뒤에 오는 섬뜩함은 고인과의 친소여부와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 영혼이 사라진 육신을 두고 인간이 두려움을 갖게 되는 건 명쾌하게 설명하기 쉽지 않은 노릇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시신에 대한 공포는 조금 차원이 다른 문제다. 영화 그녀가 죽은 밤은 시신에 대한 모욕적인 행위, 그리고 그 뒤 끝에 벌어지는 세 남자의 각기 서로 다른 입장을 피력하는 가운데 나온 행동을 그리고 있는 스페인의 스릴러 물이다.


 


이 영화는 하룻밤 그리고 어느 병원 영안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어두운 밤, 영안실이라는 설정은 서늘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 안을 후끈하게 달구는 일은 바로 미모의 여배우가 시신으로 안치되어 있다는 사실이고 비록 그녀가 죽었지만 그녀의 몸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윤리적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몸은 시신이라 하기엔 상당히 생기가 넘쳐 보인다. 녀석들이 음험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미끼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인해 불상사가 반복되고 어렴풋이 짐작했던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면서 이야기는 강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다툼으로 이어진다.


 


시간(屍姦)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눈길을 당기지만 그게 지나고 나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미봉책이란 게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눈 앞에 보이는 것만 가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녀석들과 한 번 저지르고 만 실수 때문에 거듭해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 되는 상황들. 빠져 나오고 싶어도 힘의 논리에 의해 자꾸 수렁에 빠지게 되는 상황들이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 주제다. 적은 등장 인물과 폐쇄적이고 한정적인 시간 안에서 선택과 갈등이 반복될 때 인간들의 그것은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 가게 될까 그렇지 않음을 영화는 말한다 


 


영화 후반부엔 일종의 복수극처럼 전개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운치 않은 점들이 제거되지 못한 채 남게 된다. 그걸 느껴졌다면 그건 아마도 비윤리적인 것들의 점철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실제 있었던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이라고 하니 인간의 세상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일들이 벌어지는 아수라일 수도 있다. 영화는 거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시신을 응원하게 될지 어찌 알았겠는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