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 - [리뷰] 곁에 두고 싶어서

효준선생 2016. 1. 19. 07:30

 

 

 

 

 

 

신연식 감독의 영화는 연극을 위한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을 주곤 한다. 커다란 사건이나 사고가 아닌 등장 인물들의 관념적 대사를 중심으로 장면들이 배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길어지면 자칫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을 법 한데, 회가 거듭될수록 그만큼 독특한 영화예술로 굳어져 가는 기분이다.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은 4편의 단편을 한데 묶은 옴니버스로 단 하나의 주제로 엮어내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하나의 문장으로 끌어내자면 곁에 두고 싶어서.

 

30분 분량의 단편들은 진폭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 편에 포커스를 둔 것 같지는 않다. 가수 겸 탤런트인 김다솜이 두 편에 등장했기에 그녀가 나온 영화에 집중해서 보게 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감독 스스로가 밝혔듯 영화를 하겠다고 생각한 초반에 쓴 시나리오고 그가 러시아 극작가들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은 바 있다고 하니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들 영화의 공통점을 곁에 두고 싶어서라고 느끼게 되었을까

 

                               

 

딱히 중병 환자라기 보다 세상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 초로의 여인, 네 딸을 불러 모은 뒤 자신이 평생 모아 놓은 재산을 나눠주려고 한다. 그 대신 그녀가 선물 받은 건 네 딸과의 3. 그게 뭐가 어려운 일일까 싶지만 아마도 그녀를 찾아온 딸들은 그 사소한 일조차 먹고 사는 것으로 소홀했었나 보다. 이 영화는 사회적인 통념상 논란거리를 남게 두고 있지만 죽음이라는 화두보다 해체된 가족의 모임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싶어하는 듯싶었다. 죽음은 아직 나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분명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죽음이라고 믿는 다면 말이다. [타임 투 리브] 담배 연기가 좁을 공간을 채우고 그 안에서 비틀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취객의 시중을 드는 젊은 여자는 객체가 아닌 주체로 움직인다. 시시껄렁한 농담과 자못 진지해 보이는 고백들 모두 그녀에겐 지금은 받아들일 수 한담이지만 안달 난 숫컷 들의 모습은 애처롭기만 하다.[맥주 파는 아가씨] 

 

                             

 

재미교포와 사귀는 여자, 길거리 점쟁이로부터 100일 안에 죽는다는 말을 듣고는 두 사람은 커피를 놓고 마주 앉아 죽지 않고 오래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한다. 영어와 한국어를 코믹하게 섞어 가면 짜낸 방법이 그럴 듯 하다. 헤어질 수는 없다는 전제가 애틋하다[리메이닝 타임] 친구의 친구의 친구와 친구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키만 멀쑥한 남자에게 예쁜 여자가 있다. 그녀의 부름이면 광화문에서 혜화동까지 달려갈 수 있지만 그에겐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다. [프랑스 영화처럼]

 

                        

 

곁에 두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한 경우도 많다. 사랑이거나 연민이거나 그것도 아닌 일회성 만남도 다 마음에 든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한다. 그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말들과 느낌들, 다 소화되지 못할지라도, 상대에게 다 전달되지 못해도 상관없다.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갖게 되는 미묘한 감정의 차이가 이 영화의 제안이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겠다. 어차피 인생은 딱 떨어지는 수학 공식은 아니니까. 하물며 사람 사이의 문제라면...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