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리얼 술래잡기 - [리뷰] 헤쳐모여야 자신을 깨닫게 된다

효준선생 2016. 1. 15. 07:30

 

 

 

 

 

 

 

 



소노 시온의 영화들이라면 그 상상이상의 놀라운 비주얼에 새삼 혀를 빼게 된다. 영화 리얼 술래잡기는 그 극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실시간으로 신체 절단이 일어나고 총격으로 신체가 훼손되는 장면들이 여과없이 담겨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여다 보게 되는 데는 어쩌면 현실이 감독의 영화에 비춰진 영상 그 이상으로 잔혹한 게 아닌가 하는 반추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이 세상이 참 아름답다고 말을 하다가도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면 어느 미친 놈의 짓일 뿐이야 라고 돌려 말하지만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은 아무도 못한다.
 
                      
 
사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누차 이야기하는 것처럼 현실이라고 해서 반드시 이성적인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일본 감독이니 일본의 오늘을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세 명의 여성을 내세워 그녀들이 처한 약자로서의 처지를 게임의 구성을 차용해서 그려내고 있는, 비유와 상징이 가득하다. 그런 것들을 눈치 채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어린 여학생이 겪어야 하는 심적인 고통, 영화에선 피와 깃털로 상징한다. 바람이 불어 주변의 여학생들이 끔찍한 변고를 당하거나 그것도 모자라 선생에 의해 도륙을 당하는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두 번째 주인공은 결혼식을 앞둔 신부다. 그녀와 결혼을 해야 하는 남자는 다름아닌 돼지 머리를 달고 있고, 결혼을 축하해 주러 온 친구들도 정상이 아닌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육상 선수로 나온 여자는 역시나 그녀를 따라온 무리들을 피해 어디론가 도피를 하고 끝내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까지 그녀가 겪어야 했던 잔혹한 주변 여건은 그녀를 백척간두에 서게 한다. 남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남들처럼 결혼을 하고 남들에 의해 휘둘리는 삶을 살 뿐이다. 그렇게 해서 남는 건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낱 유희의 도구가 된다는 건, 너무 늦게 알고 만다. 영화 속 세 주인공으로 나온 여자는 각각 다른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짧은 치마가 눈길을 끄는 교복을 입은 어린 여배우(트린들 레이나)가 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영화의 메시지는 단순하고도 날카롭다. 미래라고 못 박고 있지만 여성이 처한 위치의 불안정함, 학대의 눈길로 대하는 남성들의 시선이 매우 음습하다. 신체 절단이나 수시로 등장하는 피칠갑의 향연들, 그리고 눈처럼 흩날리는 베게 속 깃털들의 모습들이 그녀, 아니 다수의 그녀들의 오늘을 수동적으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이라면,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선택이 필요한 것일까? 소노 시온 감독은 그녀들 앞에 바람을 내세웠다. 무척 스산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