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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스 657 - [리뷰] 아버지로 살기 팍팍하다

효준선생 2015. 12. 28. 07:30

 

 

 

 

 

 

강도 짓을 한 범죄자에게 시간이 흐를수록 감화된다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이야기 한 영화들 중에서도 영화 버스 657은 조금 독특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주인공은 나쁜 짓에 가담하지만 결코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등장 인물들의 눈빛에서 수시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의자가 경찰들을 따돌리며 운송 수단을 선택한 스릴러 영화 중에서 스피드가 떠오르는 데 이 영화도 상영시간 대부분을 스피드의 모습을 떠올리게 꾸몄다. 하지만 실상 내용은 주인공의 선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정작 악당의 역할은 의도적으로 축소시켜 놓았다. 돈을 훔치면서 왜 훔쳐야 하는 지에 대해 관객들의 동정과 연민을 구하는 장치를 미리 마련해 놓았고 심지어 용의자를 추격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경찰로부터도 뭔가 사연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해놨다. 그 중심엔 자기 자신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자식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아버지의 자화상이 있다. 그리고 그 자화상의 주인공은 이곳 저곳에서 등장하며 막바지 꼬인 살타래를 푸는 역할을 해낸다.

 

주인공은 로버트 드니로가 아니지만 그가 이 영화에 왜 나왔는지 설명해 주는 긴요한 한 장면은 뜻밖의 장면에 등장한다. 착한 돈이 아니지만 그 돈이 가치 있게 쓰이길 원한 건 자신의 핏줄에 대한 아련한 감정 때문일 것이고 그걸 부정한다면 아마도 그는 참을 수 없었다는 걸 설명한다. 반대로 가진 게 없어 무리하게 범죄의 현장에 발을 넣어야 했고 결코 사람을 죽이는 일 따위는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주인공의 처지는 이 영화는 에둘러 부모의 내리 사랑 정도로 그리고 있다.

 

                    

 

영화는 버스 안을 장악한 범죄 용의자와 인질, 그리고 공권력을 상징하는 경찰의 대치로 긴장감을 불어 넣지만 혹독한 편은 못 된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너무 빈번한 탓도 있지만 면면들이 너무 허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범죄 드라마라기 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정서가 도처에 깔려 있었고 애초에 범인을 범인처럼 만들지 못한 탓도 있었다. 그래도 영화 막판 마무리가 궁금했던  작전 성공의 스토리가 제법 쾌감을 준다. 그리고 그게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이 묘하게 작용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