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사람의 결혼에 가는 심리는 무엇일까?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게 즐거운 일도 아닐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을 그를 보러 가는 건, 자신의 출현으로 인해 일말의 미안함이라도 느끼게 하려는 소심한 복수심의 발로인지, 아니면 곁에 있는 사람이 자기보다 얼마나 빼어난 지 눈으로 확인하려는 건지, 대충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설마 피로연에서 한 끼 식사를 하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영화 극적인 하룻밤은 극단 연우 무대가 대학로에서 좋은 평판을 얻으며 여러 차례 무대에 올렸던 연극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연극 무대에서 오로지 두 명의 배우가 나와 사랑을 잃어 버린 남녀의 심리를 코믹하고 정갈하게 꾸며낸 반면, 영화엔 부수적인 인물들이 다수 출현하며 공백을 메우고 있다. 연극에선 그렇기에 두 배우간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데, 영화에선 그 호흡이 자꾸 끊어지는 게 탈이었다. 사랑을 잃어 버렸다는 건 순간적으로 세상을 잃어버린 쓰라림이 동반되는데 그걸 자꾸 희석하게 만드는 주변의 요소들로 인해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연어 초밥을 좋아하는 두 남녀, 사랑전쟁에서 패자라고 생각한 두 사람은 뜻밖의 사건으로 친한 사이가 되지만 현실에 맞닥뜨린 좋지 않은 처지들, 비정규직 교사와 푸드 코디네이터의 어시스트인 그들은 사랑조차 버겁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건 또 있다. 서로를 위로한 답시고 에로틱을 선택한 그들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유효기간을 앞둔 통조림을 대하는 어느 식탐가처럼 불안 초조의 연속이다. 지속되지 못할 사랑이란 걸 알고 시작한 만남의 끝은 역시 안정적이지 못한 것인데, 이걸 뒤집는 한 방이 너무나도 상투적이다.
사랑한다고 만나고 만나서 서로를 탐닉하고 결혼을 염두 해두지 않은 사랑 앞에서 그들은 ‘즐기다’와 ‘영속하다’의 중간 지점에서 갈등하곤 한다. 이 영화가 마음을 저격하지 못했던 건 현실의 현상은 던져 두었지만 사랑하는 남녀의 마음을 좀 더 깊숙이 파고 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스턴트 사랑이 판치듯, 인스턴트 영화도 그래서 비슷한 평가를 얻는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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