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어린왕자 - [리뷰] 더 이상 어리지 않아요

효준선생 2015. 12. 23. 07:30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적인 이야기 전개가 아닌 보이는 물체가 갖고 있는 은유와 짧지만 강렬한 대사 몇 개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대오각성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놀라운 작품이다. 프랑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어린왕자는 이제 갓 사춘기에 접어든 어린 소녀를 대비시켜 아이들이 커가면서 필요한 요소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어린 왕자와 묘하게 접점을 이루게 해놓았다.

                     

소녀에겐 학교나 친구관계는 거의 무시되어있다. 오로지 워킹 맘인 엄마가 짜놓은 무시무시한 인생계획표에 의해 움직여야 했고 엄마는 그것만이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담보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이들이란 게 어디 정해진 수순대로 자라는가. 우연히 알게 된 기이한 모습의 옆집 할아버지와의 이야기를 통해 소녀는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대해 눈을 뜬다.

 

                        

 

영화는 쿵푸 팬더 제작진의 손길이 닿은 현대적인 애니메이션 부분과 진흙과 닥종이를 이용해 만든 앤틱한 클레이메이션으로 액자구조를 하고 있다. 어린 왕자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는 이웃집 할어버지의 이야기와 소녀의 상상력에서 구현되는 부분에서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매우 독특한 질감이다. 마치 동화책을 읽어내는 기분이 든다. 워낙 잘 알려진 동화지만 그 철학의 의미까지 충실하게 체화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소녀가 과연 세상에 나온 지 그렇게 오래된 동화 한 편에 매혹되서 어른이 된다는 것에 정의를 내릴 수 있다는 게 심히 과장되어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나듯 성장에는 정답이 없다.

 

                       

 

소녀가 사는 동네엔 모든 것이 네모다. 집도 길도 심지어 집안의 물건들도 대부분이 정사각형, 혹은 직사각형이다. 보고 있노라니 게임 속 장면처럼 보인다. 그런 것들이 기성세대가 만든 사회 질서라면 어린 왕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제 멋 대로에 가깝다. 어린 왕자가 성인이 되서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 지, 그리고 소녀는 어떤 모습으로, 아닌 어떤 생각으로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가는 지 후반부의 스펙타클한 모험담은 성장통을 가장한 쾌활함마저 선사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