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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말라야 - [리뷰] 산쟁이들의 사람 이야기

효준선생 2015. 12. 30. 07:30

 

 

 

 

 

 

알려진 이야기를 굳이 영화를 옮겨 놓은 데는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비주얼 같은 게 작용해야 한다. 특히 눈에 덮여 있는 8천 고봉의 장관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산악 영화는 장르 면에선 크게 주목 받지도, 흥행에 성공한 적도 거의 없었다. 그건 아마도 해외 유수의 산악 영화를 통해 본 사실감에서의 비교 열위와 스토리 구성상 단순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에 이유를 둘 수 있다. 그러면 지금 흥행하고 있는 영화 히말라야는 뭔가 다른 것인가 묻는 다면? 결론은 이 영화는 산악 영화라기 보다는 휴먼 스토리라고 보는 편이 맞다고 대답하고 싶다. 산이 있고 그 안에서 목숨걸고 고생하는 산악인들이 보이지만 산을 등정하는데 목표를 두기 보다 산에서 죽은 동료를 구하러 갔던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더욱 더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영화 완성도 측면을 떠나 매우 인공적인 냄새가 나는 공장형 아웃풋이다. 제작사의 전작들과 비슷하게 초반엔 웃음 코드로, 후반부엔 눈물을 쥐여 짜지 않으면 인성이 메마른 관객으로 매도하겠다는 심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휴머니티는 좋은 영화 소재지만 이 추운 겨울에 더 추운 설산에서 유명을 달리한 산악인들과 그들을 둘러싼, 살아 남은 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에 대해 얼마 만큼이나 동조해야 하는 걸까 이 영화는 실존하는 유명 산악인을 실명 그대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가 마치 지휘자 처럼 행동하는 부분에선 오히려 별 감흥이 없었다. 대신 영화 내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대원 한 명의 움직임이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을 때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건 지금 시대가 잃어가고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 때문이었다.

 

약육강식의 시대, 지나친 독점의 시대를 관통하면서 우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처지에 관심을 둘 여유를 잊고 살고 있다. 고독한 죽음을 앞두고 있어도, 벼랑 끝에 매달린 채 사회로부터 격리당한다는 느낌으로 살고 있어도, 가진 자들에겐 부지런히 하지 못한 게으름의 소치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하는 세대. 영화에서 하도 자주 언급 되어서 잊을 수 없는 이름, 산악인 박무택이 산 속에서 고립되어서 조난을 당했을 때 베이스 캠프에서 흘러 나오던 구명의 소리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때 정적을 깨듯 나선 한 사람. 바로 그 순간이 아이러니 하게도 이 영화의 가장 큰 포인트가 되었다.

 

                      

 

여러 산악인들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애초부터 그들이 일사분란하게 팀웍을 꾸리는 모습엔 이상스럽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엉뚱한 시점에 희화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통해 영화가 지향하고 싶은 부분이 어딘지 의아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살아 남은 자의 미안함을 사하고자 함인지, 그것도 아니면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어느 산악인에게 바치는 영웅적 회고인지 잘 알 길이 없다. 산 속에 잠들어 버린 여러 산악인들의 망혼을 건드리지나 않았으며 하는 바램이 들었다. 남은 자들의 豪氣로 받아들여져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