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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스케이프 - [리뷰] 죽어도 마땅한 사람이 있을까

효준선생 2015. 11. 27. 07:30

 

 

 

 

 

 

미국에서 온 한 가족이 파견 근무 차 가게 된 동남아시아의 어느 나라에서 영문도 모른 채 도망 다녀야 했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스케이프는 그 이면에 가리워진 수탈의 아픔이 배어 나온다. 소위 제국주의가 판을 치던 시절 그들은 월등한 군사력을 앞세우며 아시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을 식민지화 했다. 유럽 열강과 미국 등은 앞 다투어 땅을 넓히는데 혈안이 되었고 그렇게 세워진 식민지는 본토를 위해 바쳐지는 공간에 불과했다. 그곳에서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삶은 절박할 수 밖에 없었다.

 

               

 

몇 세대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구도는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신 직접 총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이젠 사람들의 먹을 거리를 인질로 삼은 경제 침탈이 자행되고 있다. 이 영화도 한참을 도망만 다니던 가족에게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 졌는지 설명을 해주는 부분에 이르면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배와 피지배는 끊을 수 없는 반복된 사슬이고 그걸 끊어내기 위해 선택한 것은 이 땅에서 그들을 축출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 남자 잭은 가족과 함께 동남 아시아 어느 나라로 향한다. 단순히 관광 차원이 아닌 그 나라 수자원 개발과 관련된 회사의 일을 관리 하려는 것인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이른 아침 시위대와 조우하게 된 그는 본격적인 달리기에 돌입하고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용케 목숨을 구하게 된다. 사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앞세운 설정에서 가장이 죽거나 아이들이 죽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액션 히어로로서의 아버지의 용맹성을 미화하려는 의도는 별로 없어 보인다. 반대로 자신들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양코배기들을 몰아내려는 그 땅의 주인들에게는 나름의 의도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장면들은 대부분 배제된 채 폭력성만 부각이 된 점이 아쉽다.

 

 

어느 나라 말인지 알 수도 없고 자막도 제대로 깔리 않는다. 마치 먹이를 쫒는 맹수의 모습처럼 그려진 폭도들에게 연민이나 자비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행위에 면죄부를 주기도 어려워 보인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빼앗기지 않으려는 무리들과 단 한번도 자신을 수탈의 중간관리자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미국인 가족과의 추격전이라고 하면 맞는데 행위의 정당성을 떠나 도망과 추격의 과정이 무척 스릴 넘친다. 허름하고 낡아 빠진 촌 동네 하나를 완전하게 로케이션으로 만들어 버렸고 그 안에서 갖은 고생을 하는 가족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혹은 혀를 찰 정도로 민폐적 행위를 보이는 데 이 영화의 숨은 메시지를 빼고 나면 볼거리는 그것 밖엔 없는 게 단점이다.

 

 

아무튼 1970년대 지구상 최대의 적성국으로 만났던 베트남의 막판 등장이 아이러니 하고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주인공 가족만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위험의 요소들과 생존 터전이 쑥대 밭으로 남겨진 채 죽은 가족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현지의 아이들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 되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