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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 [리뷰] 눈 앞에 보이는 감정의 너스레

효준선생 2015. 11. 16. 07:30








홍상수의 영화가 인문학 소양을 지닌 중년 남성들이 이성에 대해 자기애에 빠져 흐물거리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통해 형식의 변화는 줄 수 있어도 내용의 변화에 대해 메스를 가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음을 확인시켜 준다.  이번 영화는 독특하게 2부작으로 나누어 놨다. 그 동안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1부와 2부가 주인공의 시선에 차이에 따라 조금 앵글을 달리 했을 뿐 전체적인 내용은 차이가 없게 해 놓았다. 왜 이렇게 동어반복을 했을까 싶었는데 그 중심엔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가식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지켜보고 싶어하는 관음증이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감독 춘수는 GV를 위해 수원에 도착하지만 시간에 남게 되자 소일한다. 그곳에서 만난 여류 화가 희정에게 느낌을 받고는 시덥지 않은 너스레를 통해 그녀에게 다가선다. 희정도 나쁜 기색은 아니지만 상대가 그래도 꽤나 알려진 감독이고 그가 사탕발림이라도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높게 평가해준다는 사실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술자리에서, 그리고 이어진 지인과의 모임에서 두 사람은 남녀 관계 모색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이르면 기존의 홍상수표 영화의 반복이 느껴질 것이다. 여자는 언제나 수동적으로 남성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액션을 취하고 남성은 여성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적 소양을 무기 삼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그 사이에 술과 담배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특히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이 이야기를 긴밀하게 혹은 뻑뻑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이번 영화도 이런 수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한 가지 포인트에 이르는 과정을 달리 한다. 감독 자신이 이미 결혼을 한 사실과 자신의 여성편력이 이미 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라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진솔한 인정이 어느 시점에 나오는 지다. 그게 이르다고 해서 남녀의 일그러진 만남이 사랑이 된다고 할 수 없지만 영화는 그 지점에 법률적, 윤리적 잣대가 아닌 수용자의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 그걸 보여 주기 위해 러닝타임을 2시간으로 늘려 놓은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이휘재가 진행했던 인생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준 하나의 교훈은 분명 좋은 결말 혹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선택이 오히려 그 반대가 되고 우여곡적을 겪을 것 같은 선택이 되레 원하는 결론을 얻게 된다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자꾸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은 주인공이 좀더 버거워 할, 힘겨워 할 상황에 빠지는 걸 즐기게 되더란 말이다. 인생에 맞고 틀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순간의 감정이 이끄는 데로, 자신의 가치관에 맞춰 살면 그만이지, 늘 그렇듯, 홍상수 영화의 포인트는 이번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