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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 [리뷰] 무뎌진 감성을 탓해본다

효준선생 2015. 11. 8. 07:30








가을이 되면 왠지 최루성 영화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스산한 계절적 분위기 탓도 있고 한껏 저조한 감정을 오히려 이런 장르의 영화를 보면서 달랠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영화를 보면서 울어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세월이 하수상해서 살벌한 영화만 득세를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런 목적의 영화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감정을 자극하지 못해 기억조차 못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는 세 가지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며 세상을 살 날들이 얼마 남지 않은 인물들을 중심에 놓고 그들 서로 간에 고백과 용서 혹은 이해를 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시대를 살면서 자신처럼 긴요하게 고백이 필요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긴한데 그럴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르겠다는 절박함에 고백이란 걸 하고 싶어 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떠날 사람보다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찾기 힘들다. 이들이 하고 싶었던 고백이라는 게 일종의 고해성사 같은 것이라면 울컥할 수도 있겠지만 죽음을 빼고 나면 반드시 해야 할 성질의 것도 아니라는 점에도 최루성 영화엔 못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전직 복서들의 우연한 병원에서의 만남, 딸을 잃은 형사를 자신의 친부라고 여기는 환아의 모습에서 그리고 자기의 성공을 도와주는 매니저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못 느끼는 여배우의 모습들에게서 기시감이 드는 것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었다. 다시 말해 감정을 폭발시키는 포인트는 결국 이야기가 켜켜이 쌓아 올라가서 터져야 관객들도 공감을 하게 마련이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들이 반복되다 보면 이미 조금 쌓아 놓은 감정의 탑도 이내 허물어져 다시 쌓아야 하는 수고를 하게 마련이다.



 


무엇 때문에 세 개의 에피소드를 한 데 섞었는지 잘 알 수 없다. 세상에 병원이 하나면 있는 것도 아니고 경찰서가 유일한 것도 아닌데 이야기가 아닌 스쳐가는 장소로만 이들의 인연을 엮어 놓은 것이라면 복잡하게 교차 편집을 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어차피 세 개의 에피소드들이 완전한 장편으로 구성되기엔 이야기의 심도도 낮은 편이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맛깔스럽지 않았다.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하는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슬픈 것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본격적으로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나는 죽을 테니 나를 보고 슬퍼해달라고만 해서는 슬픈 영화가 되기는 힘들다. 보내야 하는 또 다른 인물들이 개연성 있게 지지를 해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도 좋지 않다.



 


영화를 보면서 슬프기 보다는 결과는 어떻게 된다는 걸까 하는 의문이 좀 남았다. 슬픔은 죽음 자체 보다 먼저 간 이를 보내야 하는 자들의 감정에 제대로 이입되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이 영화가 슬픔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없었다면 내가 잘 못 본 것이고 그 반대라면 이 영화는 참으로 미지근하다 하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2015)

Summer Snow 
8.1
감독
전윤수
출연
지진희, 김성균, 성유리, 김영철, 이계인
정보
드라마 | 한국 | 115 분 | 201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