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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 [리뷰] 사랑, 곁에 없어도 가능할까요

효준선생 2015. 11. 5. 07:30






사진 한 장의 흔적을 따라 무려 20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연모의 마음을 지속할 수 있을까? 사랑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던데 그런 사랑이라면 혹여 받아들이지 않을까? 이란 영화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는 사랑에 대한 집요한 갈구와 함께 지금 이란이 처해 있는 상황을 중의적으로 묘사한 한 편의 서정시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프랑스에 간 소녀와 그녀와 관련된 몇 가지 추억이 될 만한 물건을 간직한 채 무려 20년을 기다려 온 소년,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어 버렸지만 두 사람의 해후는 헤어짐이 없었던 만큼 다시 만남이 아닌 시작하는 만남이 된다. 일방적인 지켜 봄이 마음 쓰이고 진절머리도 날 법하지만 자신의 가족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과 주변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모아보니 어쩌면 자신도 알고 있는 러브 스토리의 여주인공이 자신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새로 짓는 집에서 두 사람은 시작점에서 자신을 일컬었던 하나의 단어를 주고 받으며 묘한 여운을 남기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사랑 타령만을 그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중동 국가 사람들에게 유럽은 해외 여행 한 번 다녀오고 싶은 곳이라기 보다 정치, 경제적, 그리고 만약 고국을 등져야 하는 상황이 되면 가야 할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최근엔 난민 문제로 인해 유럽 각국이 골치 아파한다는 뉴스도 실상은 현실의 반영이자 그들에게 각인된 최후의 도피처라는 의식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이란과 프랑스의 사이를 규명하자면 지독한 현실과 꿈에서 그려보는 낭만의 고향이라는 차이가 있다. 남자가 전자라면 여자는 후자라고 이미지화 할 수 있겠는데 이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자신이 오랜 시간 품고 있는 연정을 끄집어낼 만큼 자신감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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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오로지 추억을 먹고 산 셈이다. 러시아 출신이라는 점 말고는 이란을 떠난 적도 없는 그 역시 프랑스의 문화에 경사되어 있다. 말을 배우고 음식을 만들어 본다. 가끔 끄집어내 환기시키는 어린 시절의 활동 사진과 그림들. 그리고 편지와 샹송. 하지만 이런 사실을 전혀 알리 없는 여자에겐 낯선 남자로부터의 치근덕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면서 이런 물건을 통해 자신의 애틋한 사람을 피력하는데 투자한다. 영문을 모르는 여자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자초지종을 듣거나 남자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지만 왜 자신이 자신도 잘 모르는 남자의 구애를 받아야 하는 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부부 사이인 남녀 주인공의 케미는 의심할 여지가 없고 사랑을 하기에 이란도 전과는 다르지 않음을 피력하고 있다는 다른 게 아닌 배우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색하고 창연한 이란 서민 주택과 골목 사이에서 피어나는 뜻밖의 사랑이야기에, 보지 못하는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믿는 사랑꾼들에겐 반전이 될 수도 있겠다. 한마디로 옴팡진 사랑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2015)

What's the Time in Your World? 
10
감독
사피 야즈다니안
출연
레일라 하타미, 알리 모사파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이란 | 101 분 | 2015-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