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기프트 - [리뷰] 와신상담의 끝판왕

효준선생 2015. 11. 7. 07:30







학창시절 한 친구에겐 장난이었는지 몰라도 다른 친구에겐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주홍글씨가 되고 말았다.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그 예전의 일로 인해 오늘의 그에게 닥친 공포스러운 일들은 사필귀정이나 인과응보라는 말로도 해석이 안될 지 모르겠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폐부를 찔러 버리는 것 같은 복수에 얼떨떨하기 까지 하다.



 


영화 더 기프트는 두 남자 사이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에서 시작해 무엇 때문에, 그리고 왜 이렇게 하는 지에 대한 서술을 은근하게 조여오는 집착 같은 행동과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결말부의 행위로 대신하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 물이다.



 


굳이 시골로 이사를 한 것도 유산을 거듭하는 아내를 위한 선택이었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이라면 부부가 원하는 일들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을 것이다. 둘이 살기엔 커 보이는 집이 내내 공포스럽게 보였던 이유도 그 빈 공간을 채울 만한 게 너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쑥 아는 체를 하며 다가온 남자의 호의가 바로 그 빈 공간을 막아준 셈이다. 남편과 학교 때 친구라며 다가온 그, 하지만 남편은 그를 처음에 잘 모르는, 나중엔 또라이라며 경원시 한다.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면서도 수시로 집 앞에 놓고 가는 선물로 인해 조금씩 마음을 여는 아내. 이제 세 사람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렇다고 멀리하기에도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린 관계가 되고 만다.



 


관객들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이고 의뭉스럽게 보이는 남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잘 나가는 남편을 둔, 멋진 집을 가진 여자에게 낯선 남자의 접근에 호응을 할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영화들은 선과 악의 가치 판단을 관객의 몫으로만 남겨 두지 않고 혼돈을 만들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바로 이 영화가 그런 류에 속한다.



 


남편과 그의 친구 사이의 과거 관계는 사실 아내에겐 한 다리 건너의 일일지도 모른다. 불편한 관계라면 경찰에 신고를 하고 그것도 정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면 그곳을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영화는 세 사람을, 아니 나중에 한 사람들을 더 추가시켜 그 어떤 방식으로도 풀 수 없는 고차원의 방정식을 제시해 놓는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조엘 에저튼은 미스터리한 남자 고든으로 나와 극 중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운 영화는 반드시 대규모 자본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기발한 상상력과 그걸 영상화하는데 필요한 연기력이 우선이라면 이 영화는 그걸 체험할 기회를 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기프트 (2015)

The Gift 
8.3
감독
조엘 에저튼
출연
조엘 에저튼, 제이슨 베이트먼, 레베카 홀, 뷰 크냅, 데이빗 덴만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 108 분 | 201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