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리가 사랑한 시간 - [리뷰]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효준선생 2015. 11. 4. 07:30








나이 많은 남자와 어린 여자와의 만남에 대해 최근 우리는 연예인들의 만남에서 힌트를 얻고 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만남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늦가을, 나름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사는 것처럼 보여도 속사정에 대해 확실하게 아는 사람은 없었다. 중년의 아스라한 감정들 끝에 어쩌면 활활 타오르는 듯한 사랑은 다시 자신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함 뒤에 오는 쓸쓸함. 늘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도 젊음을 보내고 이제 자연스레 수그러드는 어깨가 무겁기만 했다.



 


미국이라지만 시골의 풍광은 여기나 저기나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 댁에 영국에서 온 고등학생이 교환학생으로 온다는 소식에 남자는 시큰둥했다. 데면데면한 첫 만남도 유별나지 않았다. 오히려 까칠하게 대하며 자신의 수업을 거부하는 소녀가 이상하게도 보였다. 하지만 인연이었을까 아니면 운명이었을까 학교 선생으로서가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눈에 들어온 남자의 이미지는 자신은 어린 시절부터 가져 보지 못한 따뜻함과 안온함을 느꼈을 테고, 예상치도 못한 피아노 연주 실력에서 같은 음악인으로서 영감으로 주는 뮤즈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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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의 눈은 녹록하지 않았다. 그건 그들을 가까운 거리, 즉 한 집에서 봐야 하는 가족으로서는 분노의 대상일 뿐이었다. 영화 우리가 사랑한 시간은 한 미국 중년 남자와 한 영국 소녀의 만남과 정 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결말을 다루고 있는 멜로 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상당한 논란을 가져올 것 같은 소재이긴 한데 이 영화는 불륜이라거나 외도라는 붉은 딱지를 붙이기엔 두 사람의 관계가 행위가 아닌 감정의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가족 사진을 찍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오프닝에선 세 명의 가족이 한없이 밝은 표정을 하고 있고 다양한 포즈도 취하지만 엔딩의 같은 장면에선 어딘지 불편하고 불안한 표정을 감출 수 없다. 특히 사고가 일어난 뒤 끝이라는 걸 말해 주듯 상처가 부각된 장면이 클로즈업 되면서 이들은 과연 완벽하게 갈등을 봉합한 것인지 아니면 미봉에 그친 채 쇼윈도우 패밀리로 남은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리고 하나 더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던, 아직은 어린 소녀의 마음은 어떻게 된 것일까 아무도 더 이상 그녀를 위무해 줄 수 없다는 전제하에 그녀에게 너무 빨리 찾아온 이런 감정들이 과연 훗날 자신이 사랑했던 시간이라고 추억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자이로스코프가 떠올랐다. 평형을 유지하는 팽이의 원리로 각종 장비나 계측에 사용되는 것으로 바로 이들 가족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영화엔 승자도 패자도 없다. 모두가 승자처럼 보일 수도, 또는 모두가 패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기준은 개인의 가치관과 이 짙어가는 가을, 갑자기 찾아온 憂愁의 감정에 따라 판단하면 그만일 듯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