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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 [리뷰] 불가능한 일은 없다. 단지 하지 않는 것뿐

효준선생 2015. 11. 3. 07:30








학습을 통해 우리가 습득하는 것 중의 가장 큰 덕목은 사회질서에서 크게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자율이라는 단어로 희석되기도 했지만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사는 것을 가장 옳은 것이라고 알려준 기성세대들의 편의주의도 한 몫 한 것이다. 정해진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를 마치고 남들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고 정해진 날에 월급을 받는 다람쥐 쳇 바퀴 같은 루틴한 삶. 개중엔 그런 삶이 싫어 일탈도 꿈꾸지만 다른 사회 구성원들의 싸늘한 시선을 이겨낼 자신이 없으면 그 또한 치기로 간주되기 일쑤다.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곡마단의 줄타기 재주가 소년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게 그 소년의 평생 직업이 될 것이라고는 아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에게 외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다는 건 희열 그 자체였다. 다른 사람들은 결코 도전 조차 불가능한 일들이 그에게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채워졌고 그렇게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1970년대 중반 프랑스 지방 도시에서 파리로 온 청년은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자신의 재주를 발휘해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힌다. 그건 그 당시 세상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서의 고공도하였다. 두 개의 빌딩 사이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거길 건너겠다는 야심이었다. 간단한 안전장치마저도 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그 누구도 꺾지 못할 정도로 그는 다부졌다. 펠리페 쁘띠의 실화는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에서 재연되었다.



 

2010년 개봉했던 영화 맨 온 와이어가 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면 이번 영화는 잘나가는 헐리웃 배우 조셉 고든 레빗을 캐스팅해서 어린 시절부터 왜 그가 무모하게 보이는 도전을 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은 어땠는지를 드라마틱하게 선보인다. 다큐에선 도하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줄 수 없었던 만큼 이번 영화는 그의 도하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특히 고공에서의 수평이 아닌 수직 장면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관객들도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할 정도로 아찔하다.



 

줄 하나에 의지한 채 412m 의 빌딩 꼭대기, 안전장치는 전무하고 어떤 기상상태가 될 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40m의 건너편 빌딩으로 가야만 하는 작업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특히 세상에 그 어떤 빌딩이 그런 도전을 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 재미 있는 건 이 영화가 그의 도전을 재연하는 한편, 아쉽게도 지금은 사라져 버린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오마주하는 것처럼 여러 차례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76년이면 경제 활황기와 맞물려 히피 문화도 극성이었고 베트남 참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던 소위 청년기 미국의 모습이 연상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 미국 경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맨하탄의 신축 고층 빌딩이 프랑스 청년에게 전인미답의 도전을 허용했다.



 

세상엔 불가능한 도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보는 인생들이 적지 않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치가 있으며 한편으로는 무엇 때문이든 그들을 부러워 밖엔 할 수 없는 것도 사람들의 속성이다. 펠리페 페팃이 했던 고공도하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따질 것도 없다. 눈만 돌려보면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주저하는 우리들에게 힌트가 되어준다면 이 영화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하늘을 걷는 남자 (2015)

The Walk 
8.2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조셉 고든-레빗, 벤 킹슬리, 샬롯 르 본, 제임스 뱃지 데일, 벤 슈워츠
정보
드라마 | 미국 | 123 분 | 201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