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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놈이다 - [리뷰] 내가 누구인지 아는 너에게...

효준선생 2015. 10. 30. 07:30







쇠락한 바닷가 마을, 재개발을 목전에 둔 터라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을 떠나서인지 더욱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여전히 그 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얼굴도 밝아 보이지 않았다. 외지인도 드문 그곳에선 오랫동안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처진 어깨만 부각되고 있었다. 영화 그놈이다의 주된 배경이 되는 곳은 경상남도 남해안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거친 사내들의 묘한 눈빛 사이로 처녀의 복숭아 빛 허벅지를 클로즈업하고 그런 장면들은 그들 사이의 관계에서 파국이 시작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살인 사건의 시작과 그 범인, 그리고 범행 동기에 대한 질문들이 영화 말미까지 끈질기게 이어진다.



 

험한 영화들이 주종을 이룬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라는 믿음을 공고화시킨다. 여동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오빠의 행동들이 결국은 사단이 날 것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더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우발적 범죄에 대한 단발적인 복수나 처결을 염두 해 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묵혀 두었던 오래된 사적 감정들을 타인을 통해 해소하려고는 양태에 대하여 그 잔인성과 함께 사람들은 그저 사이코 패스에게 걸린, 운 나쁜 케이스라고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는 이렇게 사이코 패스에게 당하지 않는 개인적인 방책만이 존재하는 위험한 곳인가 하는 질문에 이르면 답답해질 뿐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쫒는 눈빛은 비단 오빠만의 몫이 아니다. 한 낮에도 발걸음을 하기 싫은 철거 예정인 마을 골목길 사이로 얼핏 비춰지는 범인의 그림자에서 등장 인물 모두를 대입시켜 본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몰래 연정을 품고 있는 가족’, 도박을 하면서 알게 된 동네 형과 아우들, 그리고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하는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들까지. 그도 그럴 만 한 게 범인 찾기에 매몰된 한국형 스릴러 영화에서 이들은 종종 진범으로 활약해 왔기 때문이다.



 


배우 주원은 이 영화를 통해 별로 가진 것 없는 시골 청년을 연기함으로써 벼락 스타의 이미지를 많이 거두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가 아닌 유해진의 영화라 하는 편이 옳다. 그릇된 구원(仇怨)을 품에 안고 사는 그, 비밀스럽기 그지 없어 보이는 눈빛과 결정적인 순간 격정을 토로하는 장면에선 만약 저 캐릭터가 실존한다면 얼마나 괴로운 인생일까 하는 연민까지 품게 할 정도로 연기를 잘 해냈다. 사실 그의 얼굴은 결코 선한 모습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코믹하고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희석된 모습을 연기해 왔다면 근래 들어 출연한 영화들에서 그의 모습은 전과는 달라 보인다. 그래서 그가 좀 무섭게 보인다.



 


영화는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 공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치들과 무속 신앙과 예지력을 가진 소녀를 통해 두려움을 배가 시키고 폐가를 배경을 하여 신음과 낮은 비명 소리를 만들게 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운 건 여성에 대한 일그러진 가치관 때문에 해서는 안될 일들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이론(異論)을 이 영화는 잠재우지 못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놈이다 (2015)

8.1
감독
윤준형
출연
주원, 유해진, 이유영, 류혜영, 장인섭
정보
스릴러 | 한국 | 109 분 | 201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