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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종 : 량첸살인기 - [리뷰] 진짜라고 믿게 하면 그게 진실이 된다

효준선생 2015. 10. 23. 07:30

 

 

 

 

 

 

영화 특종 : 량첸살인기는 일개 방송사 기자를 내세워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과 태도에 대한 얄궃은 이야기다. 직업이 기자라고 하지만 더 이상 기자들에게 진실만을 밝혀내는 시대의 등불이라는 요구가 허망한 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넘쳐나는 뉴스에 그 사이에 속보라는 타이틀을 단 채 끼어드는 수많은 카더라 뉴스들 사이에 우리의 이성적인 뇌는 마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영화는 비단 기자들 세상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실속없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형사들도, 부정적인 기사를 썼다고 광고를 빼 버리는 기업 윤리하며,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 들며 이익을 갈취하는 무리하며, 그것도 모자라 세상에 유일한 자기 편이 되어 줄 사람에게 조차 진실은 요원해 보인다.

 

 

이렇게 제대로 된 진실 찾기에 매몰된 상황에서 이 영화는 연쇄살인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던져 놓는다. 먹이를 노리는 집단들은 목표를 향해 하이에나처럼 몰려 들고 물고 뜯다 보니 남들 보다 큰 덩어리를 물어버리고는 그걸 이름하여 특종이라 하며 쾌재를 부른다. 특종을 하지 못하는 기자는 무능력한 것이고 오보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관심 받고 싶어하는 건 그들에게도 본능처럼 따라 붙는다.

 

 

영화 주인공 기자가 정확하지도 않는 상황에 일단 터뜨리고 본 특종 이면엔 혼자만의 공명심이나 정직이라는 현재 상황을 타파하고 싶은 급한 마음만은 아니었다. 시청률에 매달리는 윗 선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주목 받고 싶어하는 언론의 생리 상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특종이 오보가 되는 순간과 그 조차도 감추려고 애를 쓰는 무리들의 모습에서 과연 진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이 영화는 살인이라는 범죄가 도사리고 있지만 범인 찾기에 몰두하지 않는 것 같다. 나중에 범인이 드러나고 그가 어느 소설 속 내용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첨가되면서 긴장감이라는 동력은 사실상 무력화 된다. 물론 피가 튀는 액션이 일정부분 상쇄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영화에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직업군 들의 양태였다.

 

 

먹고 살기 위해 거짓임을 어느 정도 간파했음에도 불구하고 짐짓 모른 척 밀어붙이는 부류들이 한 둘이 아니다. 모두들 가짜 뒤에 숨어서 입으로는 진짜일거야 하지만 그런 불상(不詳)의 핑계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영화 중반에 연극이 잠시 등장한다. 마치 영화 속 인물들은 연극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가짜로 사람을 죽이고 가짜로 오장 육부를 드러내고, 불이 켜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박수를 받는 연극 배우들처럼.

 

 

저녁이 되고 시보가 울리며 너도 나도 진실만을 알려준다며 얼굴을 내밀고 다음 날 오전엔 필력과 현학을 자랑하며 궤변을 늘어 놓는 종이신문들의 사설들이 마치 진실만을 보도한다는 신념으로 등장한다. 과연 그럴까 몇 년 뒤, 마치 과거에 자신이 쓴 글이 비수가 되어 돌아올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곡학아세의 자세를 보이진 않았는가.

 

 

양심에 찔려 사실대로 지난 일을 알려주려는 기자를 앞에 두고 보도국 국장은 일갈한다. 진짜라고 믿게 하면 그게 진실이 되는 거라고. 기자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 그걸 까발리면 그는 큰일이 날 상황이지만 그는 웃는다.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신의 아이 조차도 의심스러워 하는 세상에 그는 현실에 수긍하는 걸 배운 것일까? 그게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걸 말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특종: 량첸살인기 (2015)

The Exclusive : Beat the Devil's Tattoo 
8.9
감독
노덕
출연
조정석, 이미숙, 이하나, 김의성, 배성우
정보
| 한국 | 125 분 | 201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