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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 - [리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효준선생 2015. 10. 15. 07:30

 

 

 

 

 

고립무원에 갇힌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공간에 덩그러니 버려진 듯한 기분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더 우울하게 만든 건 동료들이 왜 자신을 구하지 않은 채 서둘러 이 황량한 곳을 떠나 버렸는지 섭섭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들의 행동을 탓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혹시라도 구조의 손길이 있을 지 몰랐고 그때까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그를 지탱하게 만든 힘이었다.

 

 

 

영화 마션은 우주 버전의 표류기다. 예를 들어 로빈슨 크루소나 15소년 표류기등에서 보는 듯한 낯선 공간에서 혼자, 혹은 여럿이 버텨내는 과정의 재미가 이 영화의 주요한 모티프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든 지구안이라면 언젠가 지나가는 배에 의해 구조라도 될 희망이 있건만 화성에 달랑 혼자 남겨졌을 때, 제 아무리 빠른 구조 우주선이 온다해도 그 때까지 살아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막막함에 대개는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크는 좀 달랐다. 식물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확실히 도움이 되긴 했지만 맥가이버를 능가하는 손재주에, IT도 자유자재로 다루고 무엇보다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이 영화 이면엔 단 한 사람 일지라도 미국은 절대 자국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명감을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이유가 드러나는 지구에서의 대화들에선 상투적인 기분도 들게 했지만 이 영화는 만약 고립된 상황에서 아무도 도우러 올 사람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막막함 속에 인간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실험 드라마이기도 했다. 마크처럼 감자를 키우고 물을 만들어 내고 버려진 듯한 고물 기계를 사용해 지구와 교신하는 장면 들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로빈슨이 목축을 하고 농사를 짓고 먹고 사는 원초적 행동에 연연했다면 마크의 경우는 첨단 장비를 활용해 살기 위한 몸부림을 쳤다는 부분이 좀 다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종래 흔히 드러나는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바로 마크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대원들이 가족과 만날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나는 데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 하지만 마크의 경우 그런 이야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가족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던 건 사람이 살고자 할 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나 연민이 아닌 스스로가 구하고자 하는 억척 같은 마음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 백일이 소요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지라 먹고 사는 욕구를 해결하려는 기발한 아이디어에선 흥미로울 수 있지만 황량한 사막 같은 공간을 로버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에선 살짝 다른 생각도 하게 만든다.

 

 

화성, 인간은 지구의 다음 거주지로 자주 후보에 올리는 공간이다. 화면에서 붉은 흙 먼지가 일어 더울 것 같지만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처럼 태양에서 지구 보다 멀리 있는, 그래서 외부에 노출되면 바로 얼어버리는 척박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그들은 무엇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그런 일을 하는 걸까?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는 듯한 기분때문일까 아니면 과학자로서 국가의 시책에 따라 봉사하는 마음 때문일까?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버린 한 남자를 구하는 이야기가 성공여부를 떠나 궁금해졌다.

 

              

 

특이하게도 후반부에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우주항공국이 나서는 장면이 나온다. 앞서 한 번도 언급된 바 없었는데 물론 실제로는 우주 개척에 숨은 실력자인 중국이긴 하지만 미국 주도의 나사에서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는 설정은 그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마션 (2015)

The Martian 
7.1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마이클 페나, 세바스찬 스탠, 케이트 마라
정보
어드벤처, SF | 미국 | 142 분 | 201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