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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라클 벨리에 - [리뷰] 가족간의 화목과 소통

효준선생 2015. 10. 14. 07:30

 

 

 

 

 

 

자식이 자기가 갖고 태어난 재주를 만개시키는 모습을 보는 게 부모의 마음이라 한다면 가끔은 다 큰 어른이 된 자식들을 여전히 품 안에 두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어린 아이라는 걱정도 있지만 늙어가는 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건 그래도 자식이라는 생각이 미쳐서기도 하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보면서 부모와 자식 세대 사이에 놓인 작은 장막을 거두기가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이 영화는 프랑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축산업을 하며 살아가는 벨리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간에 놓인 이해와 배려의 참모습을 배우게 해준다. 가족 모두가 청각 장애자지만 딸 만은 듣고 말하는데 문제가 없다. 딸은 나머지 가족들이 세상과 관계를 하는데 중요한 메신저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 집안의 중요한 경제 수단이 된다. 반듯이 학교만 다닐 줄 알았던 딸이 어느날 노래에 소질이 있음을 알아챈 음악 선생의 추천으로 본격적으로 노래 공부를 하게 되고 추후엔 멀리 파리까지 가야 한다는 사실에 다른 가족들은 어쩔 줄 몰라 온다.

 

 

이건 비단 딸의 장래에 대한 불안 만이 아니라 남겨진 가족들이 어떻게 딸의 부재 속에서도 세상과 소통하며 살 것인지에 대해 엄중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소만 키우는 게 아니라 치즈도 팔아야 하고 또 아버지는 시장에 출마까지 한다고 나서니 더더욱 말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게 생긴 것이다. 과연 이 딜레마를 벨리에 가족은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했다고 하고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주인공은 오디션 출신 가수 겸 이번 영화에 처음 주연으로 나온다. 그래서인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무척 안정되어 있고 완성형 가창력을 선보인다. 단지 아쉬운 점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서 조금씩 실력을 발휘하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 그건 아마도 이 영화가 딸의 성공 스토리를 담았기 보다 언젠가는 품을 떠나게 될 자식들에 대한 바람을 더욱 중요시 해서 그려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각 장애인으로 나오는 가족들은 워낙 활동적이고 어필하는 액션이 강해서 지루하지 않다. 딸과의 소통을 의미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도 쉽게 언급을 하고 심지어 옛날, 딸이 유일하게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본심도 서슴지 않고 털어 놓는 부모를 보면서 그들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려 보게 되었다. 이제 벨리에 가족은 전과는 다른 생활을 만들어가야 한다. 딸은 외지에 나가 재능을 꽃피울 기회를 만들 것이고 집에 남은 가족들은 다른 방식으로 타인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미라클이라는 제목은 그 이후의 일인지도 모르겠다.

 

 

프랑스 영화다운 수다스러움이 고스란히 배여 있고 여주인공이 쓰고 다니는 주황색 헤드폰이 유난히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부모에게 자신의 진심을 내보이기 위해 부르는 엔딩의 노래가 그녀의 수화와 함께 흘러 나올 때는 관객들의 마음도 울림이 있었을 것 같았다. 좋은 가족 드라마이자 음악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