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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앙 : 단팥 인생 이야기 - [리뷰] 세상이 가려놓았던 그들의 이야기

효준선생 2015. 10. 12. 07:30

 

 

 

 

 

화과자라고 부르는 일본 전통 과자엔 팥이 많이 사용된다. 그들 말로는 앙꼬라고도 부르는 이 녀석은 달콤하면서도 카스텔라 빵과 제법 잘 어울리는데 따뜻한 맛에 먹는 도라야키가 대표적이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밀가루에 달걀을 풀어 넣고 거기에 베이킹 파우더와 소금과 설탕을 넣고 휘저어 반죽을 만들어 준비하고 달궈진 번철에 어른 주먹 크기의 전병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얇은 빵 사이에 준비해 놓은 팥소를 넣어주면 완성이다.

 

 

일본 전통 과자라고 하는 도라야키는 유명한 집도 많은데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에 나오는 가게는 소박하다 못해 불안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그곳을 지키는 남자와 어느날 불현듯 그곳에 찾아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어느 할머니의 사연이 가슴 뭉클하게 했다. 일본 영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디테일은 이 영화에서도 한껏 발휘된다. 아무리 헤집어도 별로 나올 것 같지 않은 작은 과자 가게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성업을 하고 뭐 그런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바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팥을 삶을 과정을 마치 요리 프로그램처럼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장인 정신이 읽혀질 정도였다.

 

               

 

팥은 보기 보다 다루기 힘든 녀석이다. 물과 비율도 잘 맞춰야 하고 삶는 시간도 조절해야 한다. 콩을 잘못 삶으면 비린내가 나지만 팥을 잘못 삶으면 떫은 내가 난다. 쉽사리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가를 내주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모습은 마치 팥과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말로는 50년을 해온 일이라고 하는데 어디서 했다는 말일까

 

 

영화엔 시대의 아픔이 담겨져 있다. 그건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에겐 소록도라는 작은 섬의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의 주요 모티프가 된다. 지금은 잘 듣지 못하는 단어지만 문둥병이니 나병이니 하는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사회의 포비아적 자세가 이 영화에도 들어가 있다. 손이 굽고 신체 일부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채 아이도 낳지 못하고 죽어서도 매장을 할 수 없는 그들의 처지. 오로지 같은 병을 앓는 환자들끼리 살다 세상을 떠야 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외부에서 살고 있는 두 사람에게 전달된다.

 

 

영화는 도쿠에라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핵심이지만 도라야키를 굽는 남자와 가정 사정상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하는 여중생의 이야기도 곁들여 진다. 어찌 보면 세 사람 모두 미래보다는 과거나 현재에 매여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묘하게도 세 사람이 한 곳에 있는 포스터의 모습처럼 결코 우울한 느낌만 주는 것은 아니었다. 도쿠에 할머니가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그리고 그 메시지는 잘 전달된 것일까

 

 

영화가 비록 사연들로 채워지고는 있었지만 도라야키가 구워지는 장면에선 침이 고였다. 한 번 먹어 본 사람에게 그 쫀득하고 달콤한 맛의 기억이 잘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앙: 단팥 인생 이야기 (2015)

Sweet Red Bean Paste 
8.9
감독
가와세 나오미
출연
키키 키린, 나가세 마사토시, 우치다 카라, 이치하라 에츠코, 미즈노 미키
정보
드라마 | 일본 | 113 분 | 201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