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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뷰티 인사이드 - [리뷰] 누구와 사랑하는 걸까요

효준선생 2015. 10. 11. 07:30

 

 

 

 

 

 

하룻밤을 자고 나면 몸이 바뀐다는 설정, 기가 막힐 정도로 참신하지만 정작 스크린을 통해 보는 변화의 모습이 반복되자 현기증이 일었다. 마음은 늘 한 사람으로 살면서도 외모, 그것도 살짝 변하는 수준이 아닌 완전히 다른 인체를 갖게 되는 모습에서 그랬다. 스물 후반의 남자임에도 성별, 연령, 피부색, 국적을 가리지 않고 변화하는 모습이 점차 공포스러웠다. 그런 좋지 않은 감정을 눌러 준 건 결국 사랑하는 사람이 가슴 속에 들어오며 진정되기 시작한 부분에서부터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보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과연 외모보다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뭐 이런 계도적 장치를 먼저 받아들였더라도 탓할 바 못된다. 하지만 내가 읽은 건 그런 부분이 아니다. 사실 하루에 한 번씩 자신의 외모가 바뀐다는 건 의학적으로 엄청난 발견이자 관찰의 대상이다. 그런데 당사자인 우진은 자신의 외모가 바뀜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대해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준이 된 듯싶었다. 하지만 그의 주변 인물은 엄마와 친구 딱 둘이다.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아 보임에도 그는 목공방에 앉아 가구 디자인을 하며 우아를 떨고 산다. 일단 먹고 살 걱정이 없다는 게 아마 그를 그런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일종의 침잠의 상태로 만든 것 같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상태를 고백한 뒤 그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상대방 여자(홍이수)의 마음씀씀이에 대해선 크게 괘념치 않았다. 어쩌면 대부분의 관객들도 젊고 잘생긴 남자 배우가 돌아가면서 등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을 테고 그 기준에 부합되지 못하는 배우가 나오면 피식웃곤 했을 것이다. 여전히 자신이 사랑할 만한 사람에겐 외모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걸 무의식 중에 드러낸 셈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이수와 우진이 만나서 데이트를 하거나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대개가 이런 젊고 잘생긴 남자로 변한 날에 이뤄진다. 무엇을 말하고 있나. 이수의 눈빛도 그런 날엔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도대체 몇 명의 우진이 등장하는 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수의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에 이르면 그제서야 사랑은 일방이 아닌 쌍방의 감정 흐름이라는 멜로 영화 공식이 나타난 셈이다. 약은 증세를 고치기 위해 우진이 먹어야 하지만 반대로 이수가 못견뎌 하는 마음에서 묘한 감흥을 발견하게 되었다. 분명 우진의 마음을 알고 있고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는 있지만 전혀 낯선 사람 앞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더욱 놀라운 건 우진의 증세가 돌연변이 처럼 툭 튀어 나온 게 아니라는 후반부 설정과 덧입혀지며 과연 이들은 평범한 사람처럼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예전에 한 사람이 내게 물었다. 자신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의 외모를 좋아하는 건지.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늘 곁에서 같은 사람을 보며 켜켜이 쌓여간 이성에 대한 정이라는 건 이 사람이 날 진짜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확인 과정이상으로 중요한 감정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개구리 왕자가 문득 생각났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저주가 풀리는 건 아닐까 하고. 가을에 어울리는 색감과 느림의 미학이 제대로 들어간 목공과 가구의 배치들이 멜로 영화의 미쟝센으로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뷰티 인사이드 (2015)

The Beauty Inside 
6.5
감독
백감독
출연
한효주, 김대명,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27 분 | 201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