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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프 - [리뷰] 피사체가 된 청춘의 아이콘

효준선생 2015. 10. 9. 07:30

 

 

 

 

 

새 영화 홍보의 장이 마련되면 그곳엔 출연 배우는 아니지만 어딘지 모를 아우라를 풍기는 낯선 얼굴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이곳 저곳에 눈길을 준다. 영화 관계자들이 많이 모이는 현장이다 보니 미리 눈도장이라도 찍고 싶은 마음에 매니저들이 데리고 온 신인 배우들이다. 하나 같이 훤칠한 외모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지만 그들에겐 오늘이 아닌 내일을 바라는 심정이 간절한 모양이다. 얼굴에 그렇게 써 있다.

 

 

배우라고는 하지만 알아 보는 이 하나 없는 배우, 무명배우의 설움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 유명한 헐리우드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배우로 유명해지고 싶은 선남선녀들도 넘쳐난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한 미국 젊은이 역시 그런 마음이 굴뚝 같았던 모양이다. 두 세대를 지났음에도 청춘이라는 아이콘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헐리우드 배우, 제임스 딘의 이야기가 영화 라이프에 실려 있다. 연기가 하고 싶었던 그. 금세 인기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는 아직은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초자 연기자였다. 이제 그가 나선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얼굴 알리기에 몰입해야 하는 순간, 그를 가로 막고 선 건 뜻밖에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배우에게 사랑과 일을 모두 잘 해낸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제임스 딘 역시 당시로서는 자신 보다 지명도 있는 여배우의 그늘에 가려있었던 상태임에도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지만 사랑과 평생을 함께한다는 인연은 별개였던 모양이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이는 바로 프리랜서 사진 작가 데니스 스톡이다. 영화 라이프는 이 두 사람이 함께 활동하기 위해 의기 투합한 1955년을 조명하고 있으면 이 해 가을 제임스 딘이 자동차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것을 감안하면 채 1년도 안 되는 사이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사진 찍히는 일이 일상인 배우에게 별도로 사진을 찍자는 제의한 사진 작가, 어쩌면 그에겐 세상에 머물 날이 멀지 않은 제임스 딘에게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챈 것 아니었을까 처음엔 달가워 하지 않았던 제임스 딘이 여자친구와의 결별과 그녀에 대한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을 알리는 것, 쉽게 말해 유명해 지는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 것도 모두 데니스 스톡의 거듭된 제안의 결과였다.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 거리를 잔뜩 웅크린 채 우수에 찬 얼굴로 혼자 걷는 그의 사진 한 장은 당시 미국인들에게 묘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고 그런 이미지들이 싸여 기존의 사회 질서에 맞서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으로서의 우상을 발견했다며 환호를 보낸 것이다. 알려진 대로 제임스 딘의 유작들은 많지 않다. 단 세편의 영화를 통해 그는 청춘의 심볼이 되었으니 그 당시의 뜨거웠던 열광은 인생은 짧고 굵게 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주로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형성된다. 때로는 무거운 공기로 때로는 경쾌한 재즈 선율같이 흘러 들어간다.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배우 역할을 해야 했던 데인 드한은 이 역할에 상당한 고충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스스로의 우상이라 말했던 그에게 누군가는 평행이론을 언급하고 대입시키려는 건 아니겠지. 영화 제목 라이프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조명하기로 유명한 잡지 이름이며 데니스 스톡 역시 라이프 지를 통해 자신의 사진을 게재하며 살았던 인물이다. 두 남자의 짧다면 짧은 인생 이야기와 영화 제목이 절묘하게 중의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라이프 (2015)

Life 
5.1
감독
안톤 코르빈
출연
데인 드한, 로버트 패틴슨, 벤 킹슬리, 조엘 에저튼, 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
정보
드라마 | 영국, 캐나다 | 111 분 | 201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