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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탐정 : 더 비기닝 - [리뷰] 반만 들어 보고 싶은 이야기

효준선생 2015. 9. 30. 07:30

 

 

 

 

 

영화 탐정 : 더 비기닝은 후반부의 복잡하고 잔인한 연쇄 살인을 순화 시키기 위해 앞 부분 30분이 넘도록 배우 성동일과 권상우를 동원해 그들의 가족관계에서 오는 고개 숙인 남자의 구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하지 못하는 오늘날 남자들의 억울을 코믹한 화법으로 우겨넣고 있다. 승진이 멈춰진 형사와, 형사가 되고픈 자칭 아마추어 프로파일러의 입장과 만남은 티격태격하며 쉽사리 접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게 웃기는 상황이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보다 무거운 소재를 가진 범죄 영화가 맞다. 다시 말해 시리즈 영화를 만들기 위해 , 이제 시작합니다라고 하는 부제를 달아 놓았듯, 새로운 탐정의 등장을 알리기 위해 주인공 두 사람이 어떻게 뭉치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 건 나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제대로 된 탐정 영화의 절반은 포기하고 만 셈이다.

 

 

이 영화 후기들을 살펴 보니 코믹 발랄, 유쾌뭐 이런 단어들로 점철해놨던데 그들은 후반부에서의 치정 살인에 대한 소감은 전혀 없었던 것인지 궁금해졌다. 두 사람의 아내는 무척이나 극성 맞다. 아내 앞에서 오금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공처가 수준의 두 남자가 그로 인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설정 말고도 지금 한국엔 자신의 아내, 혹은 애인의 불륜이나 외도 등에 분노하며 사는 남자들도 적지 않다는 걸 영화는 주요 소재로 삼아 첫 번째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첫 번째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걸 해결하는 순간까지도 영화의 분위기는 명랑만화 같아 보였다. 그러나 이어진 두 번째 살인사건과 거기에 연루된 인물들이 주인공들과 관련이 있고 더욱 헷갈리게 하는 건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에겐 알리바이가 있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범죄 영화에서 드물지 않게 써먹은 교환살인을 주요한 모티프로 등장시킨다. 예를 들어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지금 감옥 안에 있는 어떤 자가 강력한 용의자 인데 감옥 안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범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를 대신해 범행을 저질러 주고 그 대가로 자신을 대신해 범행을 저질러 준 사람이 죽이고 싶은 사람을 나중에 죽여준다는 그런 설정으로 얼마전 개봉했던 영화에 나온 바 있다.

 

 

이 영화가 여인들의 외도에 대해 지독한 분노 상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 이들 두 남자가 풀어가야 하는 첫 번째 사건이라면, 과연 이렇게 하드 코어한 내용으로 관심을 끌어야 했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추석 맞이 가족영화라고 가족이 오랜만에 손 잡고 극장에 갔다가 민망함을 겪는 일도 없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탐정은 한국에선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다. 어쩌면 그건 기득권에서 제 밥그릇을 빼앗길까봐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법적 청원을 넣은 것 때문으로 보인다. 흥신소와는 좀 다른, 공권력이 풀지 못하는, 설사 그게 돈이라는 대가가 오고 간다고 해도, 언젠가는 제한된 수량의 라이선스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가 앞으로 셜록 홈즈나 일본의 명탐정 코난처럼 시리즈 영화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혹시라도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면 탐정의 개인사보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와 친절한 편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탐정 : 더 비기닝 (2015)

The Accidental Detective 
7.7
감독
김정훈
출연
권상우, 성동일, 서영희, 박해준, 이승준
정보
코미디, 범죄, 스릴러 | 한국 | 120 분 | 201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