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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베레스트 - [리뷰] 백척간두에 서다

효준선생 2015. 9. 25. 07:30

 

 

 

 

고생스럽게 산에 오르냐고 물으니 산이 저기 있기 때문이라는 우문현답도 필요 없이 산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 볼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 한다. 인류가 보다 높은 곳에 오르고 싶어하는 욕망은 바벨탑의 전설에서도 나오는 바, 저 하늘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한 최적의 코스가 바로 산이다. 비행기 조차도 고도를 따라 잡기 힘들다는 8,000m 이상의 고봉에 올라서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전 인류의 0.001%도 채 가보지 못하는 그곳을 오르기 위해 그들이 정복 욕심만 내세웠다면 그 산은 결코 그들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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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영화의 묘미는 애꿎게도 등장인물들이 사투를 벌이는 고난과 희생을 보는 재미다. 등반가들의 목숨을 좌우하는 장면들이 뭐가 재미 있냐고 한다면 그게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상당한 부담과 함께 반드시 정상 정복을 하고 말겠다는 의지, 그리고 철저한 준비과정과 팀원 간의 협력 체계, 그리고 등정을 하면서 벌어지는 자연과의 한 판 승부, 정상 정복의 쾌감은 사실 부수적인 것이다. 영화 에베레스트는 이미 수많은 등반가에 의해 자리를 내 준바 있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설산을 배경으로 지금으로부터 20년전 어느 등산 팀의 극한의 등정기를 다루고 있다. 실화다 보니 각각의 인물들이 과장되게 극화되었다기 보다 실제로 그런 인물들이 나선 것 같은 평범이 보였다. 물론 배우들 면면은 익히 잘 알려졌고 그들이 직접 정상에 오르거나 하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봤다. 하지만 힘들어 보이는 건 분명했다.

 

               

 

고생을 하고 다칠 법도 할 텐데 그런 것을 제외하면 이 영화는 드라마적 재미는 덜하다. 특히 정상까지 가는 루트는 너무 손 쉽게 이뤄져서 이대로 끝날 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후반부 즉, 하산부의 고난을 떠올리게 했고 그 예측은 어느 정도 맞았다. 산을 탄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많이 다치곤 한다고. 잔뜩 긴장한 채로 오르는 순간과 달리 이미 뭔가를 해 냈다는 성취감과 상대적으로 풀어진 마음 가짐으로 인해 부상의 위험이 크다는 말이다. 특히 한 순간에도 돌변하는 고산에서의 기후란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일들이다. 에베레스트를 휘감아 도는 폭풍급 바람은 실로 대단했다. 산 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연 앞에서 인간은 참으로 초라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할 뿐이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잔뜩 몰입해 가면서 등장 인물들의 운명을 유추해보고 응원도 해보며 지켜보는 순간, 예기치 못한 장면들이 나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런 산악영화에서도 미국은 위대하구나 싶었고, 미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서글퍼지기 까지 했다. 비록 추천 받은 아이맥스 버전으로 보지 못해 장관을 본 것은 아니지만 험준하기 짝이 없는 설산에서 오르고 또 오르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한 없이 위축 된 채 살았던 요즘을 되돌아 보게 된다. 주말엔 근교 산 중턱까지라도 다녀와야 하는 건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에베레스트 (2015)

Everest 
8.6
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출연
제이슨 클락, 제이크 질렌할, 조쉬 브롤린, 키이라 나이틀리, 샘 워싱턴
정보
어드벤처, 스릴러 | 영국, 미국, 아이슬란드 | 121 분 | 2015-09-24